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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노상 용변은 그만" 인도, 화장실 쓰면 돈 주는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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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마녀'나 '야외 용변이 건강' 의식 팽배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인도 뭄바이에서 한 여성이 아이들을 야외에서 용변보게 하려고 물통을 들고 걷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노상 용변 문제가 심각한 인도에서 주민들의 화장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클린 인디아'를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우선 과제로 화장실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철길이나 강변 등에서 용변을 보는 데 익숙한 주민들은 새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두고도 굳이 종전의 생활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31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인도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시는 빈민층 어린이들의 화장실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하루에 1루피(18원)씩 주고 있다.

부모와 형제 2명과 함께 화장실 없는 단칸방에 사는 5살 난 소녀 부미 다타디아는 매일 공공 화장실을 이용하고 카드에 기록한 뒤 월말에 돈을 받는다.

부미는 "화장실이 좋다"며 "받은 돈을 학교 가는데 쓰겠다"고 말했다.

시 의회는 공공화장실 이용 대가 지급 대상을 성인에게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 주는 지난해 말부터 학생들에게 호루라기를 지급해 누군가가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노상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발견하면 호루라기를 크게 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주 내 친드와라 지역은 이 정책으로 큰 효과를 봤다며 "이제 지역 주민 누구도 야외에서 용변을 보지 않는다"고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인도는 12억1천만 인구 가운데 절반 정도인 5억9천만 명이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에 화장실이 없는 가구가 농촌은 무려 69.2%나 되며 도시 지역도 18.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위생 처리되지 않은 배설물이 지하수에 스며들어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야간에 용변을 위해 야외로 나간 여성이 성폭행당한 사례도 종종 보도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해 590만 개의 화장실을 추가로 짓고 있지만, 주민들의 이용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들어진 화장실이 이용자가 없어 창고 등으로 사용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구자라트 위생개발기구의 아닐 프라자파티 의장은 "공공화장실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며 "마을 사람들이 화장실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화장실에 마녀가 있다고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BBC에 설명했다.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한 주민은 "집 가까이에 화장실을 두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며 "좁은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바람이 부는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배설물은 부정한 것이고 이를 치우는 것도 최하층민의 일이라는 전통적인 힌두 카스트 의식도 화장실 설치와 이용을 저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을 통한 주민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분뇨 처리 업체의 현대화·기계화가 함께 이뤄져야 주민들의 화장실 이용 문화가 개설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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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한 모델이 공원에 설치된 친환경 화장실을 홍보하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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