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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度 넘은 도덕불감증 `막돼먹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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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어지는 건 시민의 구조나 신고가 아닌 스마트폰 사용이었다. 현장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려는 건지 저마다 정신없어 보였다. 사고를 직접 목격한 것보다 그 스마트폰을 들고 찰칵찰칵 사진 찍는 일부 사람의 모습이 더 공포스러웠다."

지난달 29일 강남역 2호선 스크린도어 정비업무를 맡고 있던 정비직원 조 모씨(29)의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해 현장에 있던 일부 'SNS 세대'의 퇴행적 윤리의식에 거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참혹한 사고 현장에 있던 일부 SNS 세대가 스마트폰으로 주변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올리는 등 상식 밖 행위를 보였다는 증언이 속속 제기되면서다. 심지어 한 남성은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낀 시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뜨리는 심각한 비윤리적 행태마저 보였다. 이 사진은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자 게시자 스스로 삭제했지만 일부 누리꾼은 이를 복원해 현재도 SNS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정비직원의 비극적인 죽음은 '가십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회사원 김 모씨(31)는 "주말에 트위터를 하면서 '그 사진 어디서 보느냐' '나도 결국 봐버렸다' 등 가십거리로 치부하는 일부 이용자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나의 가족과 지인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죽음에 이 정도로 태연할 수 있을까 싶어 섬뜩해졌다"고 했다.

SNS 윤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인터넷 매체에 기반한 상호작용은 면대면 소통에 수반되는 '도덕적 의무감'과 '진중한 분위기'가 거세된 '감각의 둔화'를 유발한다"며 "강남역 사고 현장의 일부 비윤리적 행태는 이러한 부작용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시균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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