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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시승기] 믿기 힘든 ‘가성비’··· 르노삼성 ‘SM7 노바 L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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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3일 자사 브랜드의 플래그십(최고급) 세단인 SM7의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을 출시하며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이 양분하고 있던 준대형 LPG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발은 순조롭다. 르노삼성의 ‘SM7 노바 LPe’는 출시 3주 만에 700대 계약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준대형 LPG 시장 월평균 판매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르노삼성이 시장점유율 25%를 목표로 내건 SM7 LPe 모델을 사흘간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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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은 이달 초 플래그십 세단 SM7의 LPG 모델인 ‘SM7 노바 LPe’를 출시했다. / 사진 르노삼성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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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지난해 시장에 선보인 기존 SM7 노바(가솔린 모델)와 같다. 헤드램프와 이어지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선이 굵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디자인의 ‘패밀리룩’을 적용하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솔직히 앞모습과 옆모습만으로는 중형차인 SM5와의 구분이 힘들었다.

덩치에 비해 크기가 작아 호불호가 갈리는 리어램프 디자인 등 ‘뒷태’를 보고서야 비로소 ‘이 차가 SM7이 맞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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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7의 독특한 리어램프 디자인 / 사진 르노삼성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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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이 자랑하는 SM7 LPe의 최대 강점은 공간 활용이다. 트렁크 안에 커다란 원통형 연료탱크가 들어있는 기존 LPG 차량과 달리 SM7 LPe는 도넛형 연료탱크를 트렁크 아래 예비용 타이어 자리에 배치했다.

덕분에 기존 LPG 차량 대비 트렁크 공간이 40%가량 넓어졌다. 실제로 트렁크를 열어보면 보통의 가솔린·디젤 차량과 다를 바가 없다.

디럭스형 유모차와 커다란 여행용 가방 두 개, 소형 아이스박스 등을 싣고도 자리가 넉넉히 남았다. 트렁크 룸과 뒷좌석이 연결되는 스키스루 사양을 적용해 스키나 보드, 낚싯대처럼 길다란 물건도 적재할 수 있고 골프백은 4개까지 충분히 들어간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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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7 LPe는 트렁크 아래 예비용 타이어가 들어가는 자리에 도넛형 연료탱크를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뚜껑을 닫아 연료탱크를 덮고 나면 일반 차량과 똑같은 트렁크를 사용할 수 있다. /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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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간도 준대형차답게 여유로웠다. 뒷좌석에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하고 성인 두 명이 함께 탔지만 큰 불편함이 없었다. 레그룸은 백팩을 한쪽에 내려놓고도 발이 답답하지 않을 만큼 넓었다.

주행성능은 LPG 차량이라는 사전 정보가 없다면 가솔린 차량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 튀어나가는 속도가 시원시원하다. 중저속 구간에서 가속을 할 때 가끔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시속 100㎞ 언저리까지 차는 무난히 달렸다.

SM7 LPe는 액화된 LPG 연료를 직분사하는 2.0ℓ 엔진을 쓴다. SM5 LPG 모델에 사용된 것과 같은 엔진이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9.7㎏·m의 힘을 낸다.

제법 묵직한 핸들은 안정감을 줬다. 엔진음 등 소음도 튀지 않는다. 꾸불꾸불한 강화도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테스트한 코너링 실력도 쏠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핸들을 돌리는대로 곡선도로를 따라 차체는 부드럽게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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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은 SM7 LPe의 시장점유율 목표를 25%로 잡았다. / 사진 르노삼성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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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연비는 8.6㎞/ℓ(도심 7.8㎞/ℓ, 고속도로 9.9㎞/ℓ)지만 경기도 남양주와 강화도를 왕복하는 시승 구간에서의 실제 ℓ당 연비는 6~7㎞대를 왔다갔다 했다.

연비가 10㎞ 중후반대인 디젤 승용차가 즐비한 요즘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수도권 기준 LPG 연료 가격이 800원대 중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경제성 면에서 부족하다고 하긴 어렵다.

게다가 차체 중량을 줄인 SM7 LPe는 배기량이 3000㏄로 더 큰 경쟁 차종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의 LPG 모델보다 연비가 다소 높다.

변속 레버 뒤로 컵홀더 두 개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납 공간이 없다시피 한 것은 단점으로 느껴졌다.

계기판의 트립모니터는 주행거리와 연비 등 숫자 정보보다 커다랗게 자동차 그림이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이유를 한참 고민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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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7 LPe의 판매가는 2550만원으로 책정됐다. / 사진 르노삼성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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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소한 결점을 덮는 SM7 LPe의 미덕은 바로 가격이다. 소비자가격이 2550만원에 책정돼 같은 차급의 경쟁 모델 대비 350만~450만원가량 싸다.

여기에 장애 등급 1~3급 기준으로 취득·등록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받고 높아진 연비에 따른 유류비 절감 효과까지 감안하면 경쟁 모델보다 최대 940만원까지 차값을 절약할 수 있다.

택시와 장애인용 차량은 물론 최근 들어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 SM7 LPe의 선전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형차 가격으로 준대형차의 성능과 편의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SM7 LPe는 올 하반기 시장에 나온 신차 중 가장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자랑하는 차라 할 만하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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