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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순진한 그녀가 말했다 "우리 한 번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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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7.3% 기록한 종영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인터뷰]

"스무살 넘도록 소녀役만 하다 연기 경력 중 첫 키스신 찍어

상대역 옷 벗길 땐 좀 힘들었죠, 노출 연기는 서른 즈음에…"

티 없이 말간 얼굴에 쌍꺼풀 없이 동그랗고 큰 눈, 툭 치면 부러질 듯 가녀린 팔다리까지 갖춘 여자는 남자와 손만 잡아도 뺨이 붉어지는 순정만화 주인공으로 딱 어울린다. 어느 날 밤, 이 여자는 남자의 방으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자고 있는 남자의 몸 위에 올라타서 그의 옷을 거칠게 벗기려고 한다. 잠에서 깨 당황한 남자가 여자의 손길을 막자, 여자는 조르듯 말한다. "우리 한 번만 해요."

3%만 나오면 성공이라던 tvN의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은 7.3%를 기록하며 최근 종영했다. 이 드라마에서 박보영(26)이 가장 많이 한 대사는 "한 번만 하자"거나 "쉬었다 가요"였다. 그가 맡은 역할은 귀신을 보는 여자 '봉선'. 처녀 귀신 '순애'(김슬기)가 봉선에게 빙의하면서 평소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던 봉선은 남자들에게 '들이대기' 시작한다. 실수한 척 잘못 들어간 남자 샤워실에서 눈요기를 하고, 지나가는 남자의 팔뚝을 은근슬쩍 쓰다듬는다. 박보영이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상대역인 조정석의 옷을 벗기면서 "한 번만 하자"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2006년 EBS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지난 6월 개봉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까지, 10년간 줄곧 교복을 입는 소녀 역할을 맡아왔다. 키스 장면도 연기 경력 중 이 드라마에서 처음 찍었다.

조선일보

박보영의 아버지는 최근 전역한 군인으로 성인이 된 딸의 통금 시간을 오후 10시로 정했을 만큼 보수적이란다.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키스신을 촬영한 박보영은“막상 키스 장면이 방영된 날 아버지가 전화를 해서는‘야, 너무 재밌다. 키스? 괜찮다’고 하셨다”고 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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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규정 때문에 '한 번만 자자'라는 대사는 '한 번만 하자'가 됐어요. 대본을 받아봤을 때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죠. '한 번만 하자'라니요. '하자'는 '자자'보다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말 아닌가요?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고요. 옷을 억지로 벗기는 장면을 찍을 때 겁이 나서 살살 연기했더니 감독님이 '더 강하게'를 요구하셨어요. 결국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조정석씨 옷에 붙은 명찰이 떨어질 정도로 세게 갔죠. 조정석씨랑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던데요?"

십대 중반에 데뷔한 그는 상업 영화 '과속스캔들' '늑대소년'부터 독립 영화 '시선 1318' '돌연변이'까지 출연했다. 활동 중간에 소속사와 분쟁을 겪었을 때에도 연기를 쉰 적은 없다. 그가 경력을 쌓는 과정은 마치 어린아이가 계단을 하나씩 꾹꾹 밟으며 오르는 모습과도 같다. 그는 "한때 마음이 외롭고 체력도 약해져서 촬영 전에 천재지변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 적도 있다"고 했다.

스무 살이 훌쩍 넘도록 '소녀' 역할만 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쯤 그는 "한 번만 해요"를 외치는 '여자' 역할을 받아들였다. 박보영은 "아직 때가 안 됐다고, 관객들이 나를 그렇게(성인으로) 안 봐준다고 생각해서 조급하게 가지 않았다. 내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랐다. 적절한 시점에서 성인 연기로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다들 노출 연기 언제 할 거냐고 물어봐요. 이번에 말로만 하는 것도 충분히 부끄럽고 힘들었어요. 경험이 더 쌓인 뒤, 한 서른 즈음에 하는 게 어떨까요? 전 아직 사랑도 잘 모르겠거든요."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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