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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치인 페이스북 5계명…“망가지는 걸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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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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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러나 현실은 ‘공감 아닌 홍보’…SNS 소통 점수 “잘 줘야 B”



“세상 그 어떤 모자보다 값지고 귀한 갈잎 모자를 선물받았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9일 경기도 포천에서 이제는 백발노인이 된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만난 얘기를 전하며 활짝 웃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같은 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생전에 살았던 ‘심우장’에 갔다가 처음 알게 된, 잊혀진 독립운동가에 대한 소회를 페북에 전했다. “정말 우리는 독립운동사를 너무도 모릅니다. 학교에서 잘 가르쳐주지도 않습니다.”

내년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유권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9명 정도가 트위터(266명)와 페이스북(255명)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인들은 과연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유권자들과 얼마나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을까.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정책담당 이사는 “아무리 잘 줘도 ‘B학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페북의 경우, 기본적으로 게시자와 친구(혹은 팔로어)들 간에 소통을 통해 움직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수단인데 대다수 의원들은 여전히 자기 메시지를 전달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의 연장선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의원들의 페북 페이지를 살펴보면, 자신의 행적을 담은 보도자료나 회의·연설·악수하는 사진 등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로 꾸려진 게 대다수다.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된 페북도 상당수여서, 심지어 새정치연합 한 호남 재선의원의 페북에는 외국산 선글라스 할인 광고만 즐비하게 올라와 있다. 박 이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는 말 그대로 관계맺기인데, 이렇게 방치하면 오히려 신뢰를 해칠 수 있다”며 “제대로 관리할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페북 소통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진솔한 내 얘기를 매체 특성에 맞춰 짧고 쉽게 전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문·방송에서 볼 수 있는 얘기까지 페북에서 또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정치인의 소소한 일상이나 사소한 느낌, 의견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사람들은 훨씬 더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페북 월간 이용자 1500만명 가운데 1400만명 정도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로 접속한다는 점을 고려해 “가급적 글은 세 줄 이하로 쓰고,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한눈에 딱 봐도 알 수 있도록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하는 게 필요하다”고 박 이사는 강조했다. 2012년 대선 당일 “‘울엄니 잘하시나’ 빼꼼히 안을 들여다보는 아들”이라는 한 줄 글과 함께, 투표소에 들어가는 백발의 어머니를 지켜보는 자신의 뒷모습 사진을 올려 11만4932명으로부터 ‘좋아요’를 받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게시글은 “긴 말이 필요 없는” 좋은 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지난 대선 당시 서울 삼성동 주민들로부터 선물받았던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5마리의 강아지 이름을 지어달라고 한 게 좋은 예일 듯하다. 박 이사는 “사람들은 이럴 때 정치인이 내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구나, 느끼게 된다”고 조언했다.

‘유기적 운용’도 중요하다. 박 이사는 지난 15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발표했을 당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페북에 비슷비슷한 사진이 대거 올라와 있던 점을 지적하며, “같은 행사를 전달한다고 해도, 문 대표 페북에선 문 대표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당 페북에선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등 큰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으로 전달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에선 31일 보좌진협의회 주최로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프 등 다수 국가 정상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홍보 전략을 자문했던 케이티 하배스 페이스북 국제정치·선거협력 본부장을 불러 페북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더 자세한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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