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일자리 없는 미래', 근거가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일터를 위협하고 있다. 기술이 창출하는 부를 더 잘 분배할 수는 없을까?

[[MIT리뷰] 누가 로봇을 소유할 것인가? ②]

머니투데이

아이들을 겁주다

답은 아무도 모른다. 많은 경제학자는 기술발전이 일자리 순감소의 원인이 아니며, 기술로 인해 일부 직업이 사라졌지만 결국에는 고용기회가 증가했던 과거의 변화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근래의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발전이 과거의 기술적 혁신과 본질적으로 다른 영향력을 미래 고용시장에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서적과 기고문이 최근 몇 년간 여럿 발표됐다.

그 중 최근 출간된 ‘로봇의 비상: 기술과 고용 없는 미래의 위협’의 저자 마틴 포드는 무인 자동차와 3D프린터 같은 신기술이 상당수의 근로자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고용 없는 미래’에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포드는 기본소득 보장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단순히 말해 사람들에게 적당한 돈을 줄 것을 처방한다. 이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1960년대 초 증가하는 정부 관료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負)의 소득세’란 비슷한 대안을 내놨다.

포드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79년 했던 말을 인용해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자족할 수 없을 때에도 받쳐줄 바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 대선 당시 리차드 닉슨 대통령과 조지 맥거번 민주당 후보 둘 다 이 정책을 옹호했다.

1980년대 들어 인기가 시들해진 이 개념은 최근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위해 다시 등장했다. 자유지상주의 이론을 빌리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고, 진보진영은 빈곤층을 돕는 다른 프로그램을 보완한다고 한다. 이것이 좋은 정치 또는 좋은 사회정책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근로장려 세제를 확대해 저임금 근로자에게 추가금액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근로자 수요가 줄어드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한다.

머니투데이

기술 중심 경제 때문에 상당수의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면 인간의 재능과 꿈이 낭비되고 사회는 엄청난 재정 부담을 질 것이다. 게다가 기본소득 정책은 실업 위기에 처한 중산층이나 고소득 직업을 잃어 재정이 불안정해진 이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일자리가 완전히 없어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것도 시기상조다. 포드의 ‘로봇의 비상’은 자동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이 인상적인 성과를 낸 사례를 여럿 제시한다. 이러한 기술은 방사선학과 법 같이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분야의 직업까지 쓸모없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이 총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자동화가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증거가 불충분하다. 런던정경대학의 가이 마이클스 교수와 게오르그 그라츠 교수는 최근 17개 선진국에서 산업용 로봇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결과는 복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이 일부 비숙련직을 대체하긴 했지만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다른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마이클스 교수는 전반적으로 로봇이 전체 일자리 수를 줄인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기술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미래에 더 발전한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즉 엉뚱한 예측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포드가 언급한 ‘분자제조’라는 극단적인 예를 한 번 살펴보자. K. 에릭 드렉슬러 박사 등 일부 나노기술 전문가는 원자를 작은 블록처럼 움직이는 나노 단위 로봇으로 무엇이든지 만들 날이 올 것이라 주장한다. 포드는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런다면 많은 직업이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미 10년 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리차드 스몰리가 오류를 입증한 만큼 포드는 분자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나노봇에 대한 드렉슬러의 비전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스몰리는 나노기술이 청정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봤지만 드렉슬러의 분자제조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이 주장이 원자의 결합과 반응에 대한 화학적, 물리적 규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스몰리는 “당신과 주변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 당신들이 멈출 것이라 기대하지 않지만… 현실 세계의 미래에는 도전과 위험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당신들이 꿈꾸는 자기복제 나노봇 같은 괴물은 없을 것”이라며 드렉슬러를 질타했다. 포드가 스몰리의 비판을 언급하긴 했어도 결국 ‘로봇의 비상’을 통해 공연한 두려움을 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능성이 희박한 전망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일자리 감소라는 미래 고민을 해결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어쩌면 더 흥미로운 미래가 미국 시카고의 ‘내러티브 사이언스’에서 그려지고 있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퀼’이란 소프트웨어는 농구경기 점수나 기업의 연례보고서 같은 정보를 요약할 뿐만 아니라 내러티브를 추출할 수도 있다. 이미 포브스는 퀼을 사용해 기업수익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고 AP통신도 경쟁사의 소프트웨어로 스포츠 기사를 만든다. 이러한 기사는 가독성이 괜찮고 품질도 꾸준히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이 잠재력과 상관없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내러티브사이언스의 공동창립자이자 퀼 개발에 도움을 준 크리스티안 해몬드 노스웨스턴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은 화이트칼라 직종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중단기적으로 인공지능이 일부 작업을 대신할 수 있지만 일자리는 빼앗아가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데이터 분석과 같은 지루한 일을 인공지능이 맡는다면 사람들은 “자기 실력을 최고로 발휘하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해몬드는 퀼 등 최근 기술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범용 인공지능의 능력이 더 확장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부활은 재빨리 분석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몇 년 전에 비해 월등이 향상된 컴퓨팅 능력 덕분이다. 퀼의 자연언어 생성 같은 기법은 놀라운 결과물을 도출하지만, 사실 혁신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에 빅데이터의 힘을 더해 탄생한 것이다.

해몬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자기학습 블랙박스로 묘사하는 것이 실제 기술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멋들어진 선전문구 같다고 설명한다.

또한 딥러닝을 비롯한 최신 기술이 광고처럼 제대로 작동할 지도 불확실하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번역 김은혜

[본 기사는 테크엠 (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MIT리뷰] 누가 로봇을 소유할 것인가? ①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까?

▶미래를 여는 테크 플랫폼 '테크엠(테크M)' 바로가기◀

▶3D프린터가 만들어 낸 생활 예술

▶생활 속 포장에 숨은 기술

▶[인터넷 전문은행] 은행 아닌 아마존을 연구하라

▶스마트홈 성패, 사용자 행동패턴에 답이 있다

▶[테크&가젯] 분노·뇌파 알아채는 웨어러블

테크M 편집부 머니투데이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