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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朴대통령, 中열병식 참석…새로운 한중관계 서막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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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 전 김일성 자리에 박 대통령, 상징성 높아

‘혈맹’ 북중관계 변화 조짐에 관영매체 ‘韓, 항일전쟁 피 흘린 전우’

‘북중관계 쉽게 안변해..전승절 항일 띄우기일 뿐’..반론 많아

뉴스1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4.7.3/뉴스1 /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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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3일 역대 대통령 중에는 처음으로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항일(抗日) 전쟁·반(反) 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계기로 수교 23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제 2막'을 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9일 "박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광장 망루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관람하는 모습은 한·중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동북아 안보지형의 두 축인 한·중, 북·중 관계의 변화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54년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주더(朱德) 인민해방군(PLA) 총사령관과 나란히 중국 건국기념 열병식을 지켜보며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한지 60여 만에 그 자리를 박 대통령이 대신하게 됐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직후에 열린 5차 열병식에서는 한국전 참전 중공군이 열병식에 참석해 주더 당시 PLA 총사령관이 '항미원조' 전쟁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 때 김일성 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주석은 이후 1959년 11차 열병식에 참석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열병식 참석과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우리에게 65년 전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인민해방군의 열병이라는 데서 논란이 있지만, '과거를 딛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8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열병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실현하는 돌격나팔 소리가 될 것"이라며 '신중국의 탄생'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신문은 이어 "전쟁을 잊는 건 전쟁을 불러올 수 있고, 평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평화에서 멀어질 뿐"이라며 대규모 열병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면서, 과거 일본이 추구했던 패권국이 아닌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보통국가'로의 진입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한·중관계를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항일전쟁 70주년을 맞아 일본 침략에 맞선 독립투쟁을 함께 기리는 한편, 세계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중국측 각오와 명분에 동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지난 2013년 초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가 기존 '항미원조'의 혈맹관계에서 벗어나 보통국가간 '우호관계'로 변화하는 조짐이 중국 현지에서 감지되고 있다.

주즈난(祝志男)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지난 4월 '신(新)형세하의 중·한관계'라는 글에서 "중·조관계(북·중관계)는 이미 특수한 혈맹관계가 아닌 보통국가간 관계가 됐다"면서 "중국은 조선(북한)에 의무도 없고 권리도 없다. 선린우호의 원칙에 따라 북·중 정치관계도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화춘잉(華春塋)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조선은 정상적인 국가관계로 조선의 핵실험 진행을 결연히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전승일을 맞아 한국을 항일전쟁에서 '피를 나눈 동지'로 보는 분위기가 현지에서 '일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과 관련해 한·중 양국은 '항일전쟁을 함께 한 사이'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25일 "일제의 침략을 받아 어려움을 함께 겪은 전우로 중국의 항일전쟁을 위해 힘쓰고 피를 흘렸다"면서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당연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는 한·중 관계가 기존 우호관계를 넘어서 '혈맹관계'로도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만을 항일전쟁의 혈맹국가로 인정해온 과거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북·중, 한·중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오는 4일 재개관하는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건물 재개관 예산을 전액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놓고 한·중, 북중 관계의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우선 한국전쟁 이후 지난 60여년을 지탱해온 북·중간 혈맹관계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동북아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국으로선 북한이 미국에 맞서 '전략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카드'라는 실리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러시아의 반(反) 파시스트 승전기념일을 맞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방러를 추진하자 중국 지도부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게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중국 지도부는 김 제1비서가 집권 이후 첫 방문국으로 전통 '우호국'인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선택한 데 깊은 실망감을 느꼈고, 이는 또한 김 제1위원장의 이번 중국 전승절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중국 관영매체의 '한·중 관계 띄우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북·중관계는 '다소 곡절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동북아 안보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에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띄우기'에 들어간 것 같다는 주장이다.

한편,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놓고 '미국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열병식 참석을 선택했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또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과 김 제1비서의 불참'을 대비하며 이는 최근 북·중간 긴장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birak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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