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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월드리포트] 초콜릿 바 훔쳤다고…넉 달 수감 끝 의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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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주에 사는 24살 흑인 청년 ‘미첼’은 지난 4월 22일,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가 훔친 물건은 ‘마운틴 듀’ 한 병과 초콜릿 바 하나, 그리고 작은 컵 케이크였습니다. 다 합쳐봐야 5달러, 우리 돈 6천 원어치였습니다. 그런데 이 6천 원어치를 훔친 좀도둑 미첼은 그 이후부터 인생이 꼬이고 또 꼬였습니다. 얼마나 꼬였는지 그 과정을 보시면 황당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 정도입니다. 지금부터 그 꼬이고 꼬인 인생 전개를 하나씩 들여다 보겠습니다.

4월 22일, 미첼은 체포된 뒤 곧바로 포츠머스 시에 있는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6천 원어치의 물건을 훔친 좀도둑이라면 대개 적은 보석금만으로도 구속을 면하게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재판조차 열리지 않은 채 거의 3주간을 이 감옥에 수감된 채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3주 뒤인 5월 11일 미첼은 또 다른 감옥으로 이송 조치됐습니다. 여기서 그의 인생이 한 번 꼬인 겁니다. 불과 6천어치를 훔쳤지만 재판이 늦어지는 바람에 한 달을 감옥에서 지내야 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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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다시 열흘 뒤 판사인 모톤 위트로우는 미첼의 사건을 심리하면서 그가 정신병력이 있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재판을 받기는 어려우니 일단 주립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명령했습니다. 한 달을 감옥에서 지냈지만 그래도 미첼에게는 잘 된 일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일이 꼬이게 됩니다.

병원에 이송 명령이 내려졌지만 그 병원에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이송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첼은 왜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는 지, 언제쯤이나 이송될 수 있을 지 모른 채 그냥 감옥에 머물러 지내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렀고 그로부터 다시 석 달 뒤인 8월 19일, 미첼은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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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겠지만 감옥 측은 특별한 외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첼의 가족들은 미첼이 병원에 이송되지 않고 계속 감옥에 머물게 되면서 단식 투쟁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 동안 복용해왔던 약도 끊고 감옥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거부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의 몸 무게는 30킬로그램 가까이 빠져 있었습니다. 초콜릿 바와 음료수 한 병, 그리고 컵 케이크 하나를 훔쳤다는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고, 재판은 열리지 않고, 병원으로도 옮겨지지 않고, 그런 식으로 시간은 계속 흐르고…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데 당사자인 그로서는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생각됐을까요?

이 미첼의 사연은 지역 언론에서조차 보도되지 않다가 ‘더 가디언’ (The Guardian)지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가디언지 기자가 왜 그가 경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왜 보석금 조치를 내리지 않았는지 법원 측에 물어봤지만 법원 측 대답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첼을 수감한 감옥 측도 그 정도 경범죄로 왜 미첼이 그렇게 오랫동안 재판도 열리지 않은 채 감옥에 머물게 됐는 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황당한 수감에 이은 사망까지 또 하나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가 있습니다. 그가 처음 편의점에서 절도 혐의로 붙잡힌 날은 바로 인근 월 마트에서 작은 물건을 훔치고 나온 청년이 비무장상태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미첼은 비록 6천 원어치 물건을 훔친 좀도둑이었지만 경찰 총에 죽지 않고 수감됐던 게 나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가 수감 생활 도중 넉 달 만에 숨진 그날은 18살 흑인 소년이 역시 물건을 훔치다가 경찰 총에 맞아 숨진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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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기자가 법원 기록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첼은 다음달 4일에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날 재판에 미첼이 참석할 수 있었다면 그간의 억울한 옥살이 과정을 판사도 알게 됐을 것이고 이미 넉 달이나 수감생활을 했으니 바로 풀려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마디로 억세게 운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흑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차별과 ‘고의적’(?) 무관심이 빚어낸 억울한 희생자였든지 간에 흑인 청년 미첼은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훔친 초콜릿 바와 음료수 한 병, 컵 케이크 하나 때문에 감옥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고 말았습니다.

[박병일 기자 cokkir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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