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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설악 오색케이블카, 국립공원 고속개발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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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오색케이블카 3수 성공에 환경계 반발 "국립공원委 위원 절반 공무원인데…이례적 '다수결' 결정"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원회)가 3수(修) 도전에 나섰던 강원도 양양군 설악 오색케이블카(총 3.49㎞) 사업을 승인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사업의 경제성·환경영향 등이 과장·축소됐고 공원위원회 구성의 절반 이상을 정부 측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내용적·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번 승인이 전국 국립공원의 고속개발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공원위원회는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제113차 회의를 열고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 오색삭도(索道·케이블카) 사업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회의는 전체 위원 20명 중 19명이 참여,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찬·반논란이 계속되면서 결국 공원위원회는 오후 7시께 다수결(조건부 가결 12·유보 4·기권 1·불참 2)로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원委員 절반은 공무원"=설악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3수 도전 끝에 승인되자 환경계·종교계는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긴급성명을 내고 "(이번 승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힘임어 과반이 넘는 정부 측 인사 중심의 공원위원회의 다수결로 강행됐다"며 "이 결정은 내용적 타당성ㆍ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을 무시한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이기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녹색당도 논평을 내고 "2012년, 2013년 '케이블카 사업 검토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점' 을 들어 2번이나 부결됐던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로 추진된 것"이라며 "환경의 가치에 대해 무지한 대통령의 한 마디면 정부기관과 국책연구소가 꼼짝하지 못하는 한국의 전근대적 행정시스템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성 미흡·환경파괴 논란은 여전=설악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암초'였던 경제성 논란도 여전하다.

강원도는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에 경제성 검토를 의뢰, 비용편익(B/C)이 1.214에 이른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특히 도는 이번 케이블카 설치가 허용될 경우 1520억원의 각종유발효과(생산ㆍ부가가치)와 935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경제성 검토가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심상정 의원(정의당·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설악 오색케이블카의 수요가 900여만명이 부풀려졌고, 손익계산에 활용된 요금(1만4500원)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등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책위는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의 요청을 검토한 결과 ▲국가적 환경편익이 사업추진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침에도 관련분석이 배제된 점 ▲법인세 누락 및 비용 산정 시 인건비와 운영비 등 고정비용에 대한 분석이 잘못된 점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환경파괴 우려도 크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 예정지가 전 국토의 6.6%인 국립공원 중에서도 1%에 속하는 '절대보존지역'인 만큼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번 사업은 탐방로 폐쇄·제한을 전제로 하지 않았고, 케이블카 정류장(상부)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수요 차단 등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또 산양 등 법정보호종 보호를 위한 조사·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루어 입법조사처도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사실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국립공원 고속개발 부채질"=한편 이번 케이블카 승인이 전국의 국립공원 개발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에 열릴 국회의원 총선거와 맞물려 전국에서 유사한 공약·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 사업은 정부와 전경련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산악관광활성화 정책'과 연계하여 '국립공원 고속개발'을 부채질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전국적인 정치공약으로 악용되어 관광·위락시설이 보호지역까지 침투하는 등 사회적·환경적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도 "이번 사태는 지역개발여론에 편승한 최문순 도지사와 이에 야합한 128석을 가진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작품"이라며 "오늘의 결정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설악산이 무너지면 한국의 다른 국립공원과 명산들도 무너진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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