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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치킨 게임’의 갑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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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치킨 가격이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오르고 있습니다. 1마리당 2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부터, 생닭 가격은 그대로인데 왜 치킨 가격은 계속 오르냐는 지적, 가격은 오르는데 왜 크기는 작아지냐는 지적까지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국민 간식이라고 할만큼 사랑받는 메뉴다 보니 관심도 높은 것이겠죠.

이번에 치킨 가격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곳은 닭을 키우는 농가들의 모임인 양계 협회입니다. 육계 가격은 10년 사이 1kg당 1242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을 뿐인데 치킨 가격은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올랐고, 그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게 되면 양계 농가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치킨 가격을 내려달라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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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에는 합당한 지점도 있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가령 생닭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아 농가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그러나 다른 주장들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치킨 가격이 내리면 소비자들이 치킨 소비를 늘려서 양계 농가가 살아날 것이냐는 의문이죠.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닭은 8억8500만마리였고, 올해는 9억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1인당 연간 20마리 정도를 먹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닭고기 소비량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내놓습니다. 양계 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닭고기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또 다른 반박 지점은 가격에 대한 부분입니다. 치킨 가격이 2만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는 것이 양계 협회의 주장인데요. 통계청 자료를 통해서도 10년 새 치킨 가격이 34% 올랐다고 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주장은 다릅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후라이드 치킨의 가격 상승폭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령 치킨 프랜차이즈 선두업체인 BBQ의 경우 10년전 후라이드 치킨 가격은 1만3000원이었지만, 현재는 1만6000원입니다. 25%도 채 오르지 않은 건데,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31%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뭐 10년전에도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은 있었으니 그때부터 비쌌다고 주장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10년 사이에 많이 올랐다는 주장은 틀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2만원대에 육박할 정도의 고가 치킨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업체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메뉴는 소스, 시즈닝 같은 부재료의 원료값이 생닭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비도 감안이 돼야겠죠. 이러한 신제품들은 가격이 높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단순히 가격을 놓고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죠.

‘소비자의 선택의 폭’ 이는 상당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치킨 시장은 독과점 시장이 아닙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만 해도 250여개에 달하고, 여기 소속된 가맹점이 3만여개, 기타 독립점포를 포함하면 4만여개의 치킨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업계 선두인 BBQ와 교촌치킨의 점유율도 각각 10% 남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비자에게는 그만큼의 ‘선택이 폭’이 주어져 있는 것이지요. 잘 찾아본다면 의외로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치킨집은 꽤 있습니다. 게다가 치킨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다른 종류의 수많은 먹거리가 있기도 하죠. 한마디로 ‘안 먹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휴대폰이나 통신, 자동차처럼 반드시 특정 제품을 소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 사업자가 시장을 쥐고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닌 것이죠.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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