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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정-이재원, 힘 내야 할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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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태우 기자] ‘스타’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꽤 오랜 시간을 활약하면서 동료, 팬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압박감은 심하다. 그 공기까지 웃어 넘길 수 있어야 진정한 스타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SK 타선에는 두 명의 스타가 있다. 간판스타인 최정(28)과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이재원(27)이다. 두 선수는 숱한 고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치며 팀을 이끌었다. 최정은 SK의 왕조 시절부터 붙박이 3번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잠재력을 폭발시킨 이재원은 올 시즌 벌써 88타점을 기록하며 팀 최다 타점을 기록 중이다. 팀원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두 선수라면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짝거린다.

그런 두 선수는 후반기 들어 이런 저런 악재에 고전했다. 어깨 부상 후유증에서 탈출한 최정은 후반기 들어 최고의 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8월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귀루를 하다 베이스를 잘못 밟아 오른 발목을 다쳤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1군에 돌아오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열흘간 끊긴 타격감이 금방 돌아올 리는 없었다. 스윙은 빠른 공에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스스로도 안 풀린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재원은 체력적인 부담에 시달렸다. 이재원은 올 시즌 전반기 팀 내 최고의 해결사였다. 포수 마스크도 많이 썼다. 그러다보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전반기 3할1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던 이재원은 후반기 들어 1할대(.182)의 저조한 타율에 시달리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며 배트스피드가 처졌고 잘 맞은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SK 타선은 최정과 이재원의 동반 하락 속에 날개 없는 추락을 맛봤다.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에 시달리는 두 선수다. “내가 해결해야 하는데…”라는 의욕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조바심이 났다. 두 선수를 바라보는 코칭스태프나 관계자들도 안타까움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해결해줄 수는 없는 문제다. 어디까지나 두 선수가 그런 고비를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이 두 선수가 고개를 들어야 할 진짜 이유는 또 있다. 분위기다. 나이와 관계없이, 두 선수는 모두의 신뢰에 부응하는 SK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라면 해줄 것이다”는 믿음이 있는 상황에서 실제 한 방이 나오면 팀 분위기는 확 산다. 반대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면 상대적으로 더 큰 심리적 박탈감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SK 덕아웃 분위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최정과 이재원을 잡으면 상대 덕아웃은 분위기가 두 배로 살게 되어 있다. “고비를 넘겼다”라는 안도감이 흐르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이른바 ‘스타’들의 비중이 큰 이유다. 김용희 SK 감독은 “그것이 스타들의 숙명이다”라고 했다.

이들이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설사 안 맞더라도 고개를 들어야 한다. SK, 그리고 상대팀에 주는 공기 때문이다. 때로는 뻔뻔해질 필요도 있다. 슬럼프에 시달린다고 해서 두 선수의 입지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최정은 SK 간판스타다. 수많은 상황에서 팀의 영웅이 됐다. 이재원은 지금 당장 시즌이 끝나면 부동의 야수 고과 1위다. 후반기 성적이 처진다고 해서 전반기 내내 홀로 팀 타선을 이끌어온 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두 선수의 방망이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SK로서 반가운 일이다. 27일 잠실 LG전에서 3타점을 기록하며 감을 조율한 최정은 28일 LG전에서는 1회 선제 결승 솔로포를 터뜨렸다. 부상 복귀 후 첫 홈런이었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던 이재원도 멀티히트를 기록함은 물론 8회에는 타점까지 터뜨리며 오래간만에 손맛을 봤다. 최정과 이재원의 손에서 나온 홈런 하나, 타점 하나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제 SK는 서서히 야수 세대교체가 이뤄질 타이밍이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시점도 적당하고, 자격도 충분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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