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하늘의 볼륨업]1997년 'IMF'와 2015년 '9월 위기설'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

머니투데이

"번번(빈번)한 노사분규의 발생, 노조 전임자 확대, 과도한 임금상승 등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켰고 국민들의 무분별한 해외여행으로 외화를 낭비하고 과소비, 충동구매, 모방소비 등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소비형태로 인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신세로 전락…"

국내 한 관광지에 마련된 '국난극복의 금'이라는 제목의 안내판 문구다. 다수 국민들이 인식하는 IMF 외환위기 원인과는 괴리가 있는 내용이다.

해당 군청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이 안내문은 2007년 131만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한 관광객이 2010년 '불편사항신고센터'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단 측은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주관이 아니라 IMF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사항을 묘사한 것으로 언론에서 다수 기사화된 내용"이라고 해명했을 뿐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IMF, '국민 과소비'·'노동계' 탓"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 이후 해당 군 관계자는 "최근 안내문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조치를 진행키로 결정했다"며 "이번 주 안에 해당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8년 가까이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이제서야 개선작업을 시작하는 것.

머니투데이

국내 한 관광지에 마련된 IMF '금모으기 운동' 안내문. 해당 군청은 30일 안에 해당 안내문에 대한 철거조치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사진= 출처미상(머니투데이는 사진 이용 여부를 사전에 동의받기 위해 원저작자를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이 같은 인식은 비단 한 관광지의 안내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0년에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에 한국이 경제적 시련을 겪은 까닭으로 △호화 외제 사치품 구매 △해외 여행의 급증 등 국민들의 과소비를 꼽은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이 교과서는 △우리상품의 해외 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 감소 △정부의 외환 위기 대처 능력 부족 등도 함께 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이 항목은 국민들의 과소비 항목 뒤에 부수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2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인식의 발언이 나왔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주인공. 그는 "1997년 IMF 위기를 한국이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1995~1996년, 위기의식을 가지고 금융개혁과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했지만 여야의 정략적 갈등으로 개혁이 저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개혁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고, 노동개혁은 강행 처리를 했다가 저항에 부딪혀서 원점으로 돌려놓고 말았다"며 "금융개혁과 노동개혁이 표류했다. 그리고 찾아온 것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IMF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개혁이 자칫 무산되면 IMF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설명이다.

하지만 문민정부 당시 노동부장관 및 경기도지사를 지낸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IMF의 원인으로 노동계의 노동개혁 반대를 거론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9월 위기설' 대두…이번엔 누구 탓?



정부여당은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이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온갖 경제살리기 대책을 내놨음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에 "(최근 경기부진은) 대외 요인이 가장 크다. 세계경제가 당초 전망보다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답했다.

머니투데이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 의원은 지난 27일 IMF사태 원인과 관련해 "정부는 1995~1996년, 위기의식을 가지고 금융개혁과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했지만 여야의 정략적 갈등으로 개혁이 저지됐다"고 언급했다. /사진=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지난 25일 당 연찬회에서 "대한민국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중국 경기 침체와 위안화 평가절하 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커다란 경제 통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개혁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를 비롯해 원유철 당 원내대표 이인제 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 등 새누리당 인사들은 '10% 강경 귀족노조 때문에 나머지 90% 노동자 및 청년실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이들 때문에 노동개혁이 좌절되면 국가경제 미래도 없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정부여당의 진단 및 주장은 타당한 측면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하지만 (발생해서도 안되겠지만) 최근 대두되는 '세계경제 9월 위기설'이 실제로 진행되고, 한국 역시 이로 인해 IMF에 버금가는 위기를 겪는다면 그 1차적 책임소재에 대해 10년여가 지난 후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궁금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IMF 위기 원인처럼 국민의 과소비와 해외여행으로 인한 외화유출(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91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해외 카드결제액도 일평균 286억2000만원으로 집계 이후 가장 많다)과 강경노조의 노동개혁 반대 때문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까.

아니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및 기업들의 투자 및 대외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제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될까.

이하늘 기자 iskra@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