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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영화 속 외계인 모조리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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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클 것이다, 곤충처럼 생겼을 확률이 높다"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외계인의 얼굴

"화성(火星)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습니다. 비행선을 타고 뉴욕에 착륙해 독가스를 분사하고 전력 공급을 끊었습니다."

1938년 10월 30일. 미국 CBS방송이 긴급 뉴스를 방송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고, 피란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 뒤, 이 뉴스는 라디오 드라마 '우주 전쟁'의 일부로 모두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894년 H.G. 웰스가 쓴 '우주 전쟁'은 외계인이 등장한 최초의 공상과학(SF) 소설이다. 이후 외계인은 영화나 TV 시리즈, SF소설의 단골 소재가 됐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외계인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ET'일 것이다. 큰 머리에 긴 목, 커다란 눈동자와 초능력을 가진 ET는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의 기본 형태가 됐다. 외계인은 대부분 ET의 특징을 가진 형태로 묘사된다. 반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에이리언'은 외계인을 온갖 괴기스러운 상상을 다 모아놓은 괴물로 그렸다.

외계인은 정말 ET나 에일리언처럼 생겼을까. 과학자들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T를 비롯한 외계인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비슷하다. 두 발로 걷고 팔다리가 있으며 눈·귀 둘씩, 입은 하나다. 이는 외계인이 지구인과 교감하거나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는 동질감이 있어야 한다는 '할리우드식 상상'의 결과다. 하지만 사람은 지구의 중력과 대기 구성, 주변 환경에 맞도록 진화해 현재 모습을 갖게 됐다. 중력이나 기온이 지구와 조금만 다르다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외계인은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볼 수 있도록 눈이 더 많거나 정교할 수도 있다. 밤이 계속된다면 눈이 없거나 투시 능력이 있을 수도 있다. 공기 중에서 영양분을 직접 빨아들인다면 입도 필요없다. 중력이 무거운 행성에서 태어났다면 두 발로 걷기보다는 네 발로 걷거나 기어다니는 것이 훨씬 생존 가능성이 높다. 인간과 닮은 특징 중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것은 큰 머리다.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지능을 가졌다면 뇌가 발달하면서 머리 부분이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외계인 형태는 곤충 모양이다. 생명체 탄생 이후 수십억 년간 진화를 거친 지구에 사람은 딱 한 종류뿐이지만, 곤충은 수십억 종에 이른다. 이는 생명이 한 출발점에서 시작했을 때, 곤충 형태로 진화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폴 버호벤 감독의 1997년 작 '스타십 트루퍼스'에 등장하는 거대 곤충 외계인이 ET보다 존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정인 만큼 '트랜스포머'의 로봇 생명체나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과 비슷한 존재도 있을 수 있다.

외계 생명체가 인류의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일 수도 있다. 지구 생명체는 일반적으로 액체 상태의 물과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고 인(P) 등의 영양소로 생체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명체가 발견되고 있다. 201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캘리포니아 호수 바닥에서 발견한 세균이 다른 생명체에게는 치명적 독인 '비소'를 영양소로 살아간다고 발표했다. 생존의 전제 조건이 달라진다면 물과 산소가 없는 전혀 엉뚱한 행성에 외계인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그 외계인은 지구에서는 살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모습도 상상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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