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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킬러 로봇은 무죄 만든 과학자는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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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시대 오나

군인 대체用 킬러 로봇 '아틀라스' 2년만에 산길 뛰어갈 정도로 발전

조선일보

①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②1원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③2원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공상과학(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39년 '핑계'라는 소설에서 위와 같은 '로봇 공학 3원칙'을 제시했다.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에 사람이 끼어서 숨지거나, 무인차 사고로 사람이 다치는 것도 엄밀하게 말하면 아시모프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최근 아시모프의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킬러 로봇' 연구를 두고 과학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킬러 로봇은 스스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군용(軍用) 로봇을 뜻한다. 직접적으로 사람 생명을 노리는 기계인 셈이다.

킬러 로봇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로봇의 머리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체는 이미 완성 단계다.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17일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가 산길을 뛰어가는 모습을 공개했다. 아틀라스의 최종 목표는 군인을 대체하는 것이다. 2년 전 아틀라스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걸음마를 간신히 떼는 수준이었다. 불과 2년 만에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것이다. 아틀라스가 터미네이터처럼 총을 들고 전장(戰場)을 누비는 것도 허황한 상상으로 치부하기 힘들게 됐다.

지난달 27일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저명 과학기술계 인사 1000여 명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가진 킬러 로봇은 원자폭탄보다 심각한 위험인 만큼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학기술의 목표가 사람을 해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유엔은 킬러 로봇을 의제로 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사회가 킬러 로봇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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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막는 것은 결국 과학자

킬러 로봇 연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은 언젠가 분명히 등장할 것이다. 굳이 킬러 로봇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이런 로봇에 총만 쥐여준다면 얼마든지 사람 대신 전쟁을 치를 수 있다. 드론이나 자율 주행 자동차에 폭탄을 싣는다면 그 자체가 킬러 로봇이 될 수도 있다. 결국 킬러 로봇은 로봇 문제가 아닌, 이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은 기원전부터 과학기술을 전쟁에 사용했다. 아르키메데스는 투석기를 만들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기관총을 설계했다. 잠수함, 권총, 원자폭탄을 개발한 것도 과학자이다.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독가스는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의 주범이었고, 일본 세균학자 이시이 시로는 731부대를 이끌면서 생체 실험으로 생화학 폭탄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전쟁과학자(워사이언티스트)'들이다.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했더라도 인류에게 공헌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아페르가 군용 식량으로 개발한 통조림은 식품 산업의 혁명을 가져왔고, 영국 물리학자 로버트 왓슨와트는 레이더를 만들어 수많은 생명을 전쟁의 폭격에서 구해냈다. 킬러 로봇의 장점을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정확히 적군만을 공격하도록 만든 킬러 로봇이 전쟁을 빨리 끝내고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결국 킬러 로봇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이라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윤리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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