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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고속도로도 난민의 무덤…브로커들 탐욕에 희생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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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0명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갓길 냉동트럭서 질식사 추정

난민 브로커들 연간 1조3천억원 챙겨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갓길 냉동트럭에서 27일(현지시간) 최대 50명에 달하는 난민이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난민들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게 된 배경에는 탐욕스러운 불법 난민 브로커들이 있다. 난민 브로커들의 시장은 연간 10억유로(1조3천억원)에 이른다.

오스트리아 경찰이 난민들을 질식사시키고 도주한 브로커들을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주요 회원국은 서부 발칸국가들과 함께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회담을 열고 유럽 난민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보트와 트럭에서 난민들이 수십명씩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것은 유럽이 난민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해 드러나는 폐단이라며, 유럽이 책임을 갖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오스트리아 경찰 "난민 브로커 추적중"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 인근 고속도로 갓길에 버려진 냉동트럭에서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된 난민 50명은 국경을 넘기 전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닭고기 회사 '하이자(Hyza)'의 상표가 적힌 이 7.5t 냉동트럭은 지난 26일 새벽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서 출발해 오전 중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노이지들과 파른도르프 사이 갓길에 버려졌다.

불과 하루 만인 27일 정오께 발견된 트럭에서는 시신이 썩어 흐르는 물 때문에 '죽음의 냄새'가 났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경찰은 트럭을 버리고 달아난 난민 브로커들을 쫓고 있다.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이어지는 A4 고속도로에는 최근 이들처럼 냉동트럭 뒤에 무더기로 실려 먹고 마시거나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며칠씩 쉬지 않고 달려 유럽에 입성하려는 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헝가리에 이르는 발칸루트에 하루 최소 3천명이 몰리면서다. 올들어 발칸루트를 이용하는 난민들은 작년보다 6배 늘어났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전했다. 지중해루트를 이용하는 난민이 5∼10%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되는 폭발적 증가세다.

이들은 자동차나 트럭으로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기 위해 난민브로커에게 1인당 최소 500유로(약 66만 5천원)를 낸다. 자동차는 검문 대상이기 때문에 주로 밀폐된 냉동트럭이 애용되고 있다.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된 난민브로커들은 "숨을 못쉬겠어 공기가 필요하다"는 난민들의 호소를 무시하고 국경을 넘은 뒤 모든 금품을 강탈하고 아무 곳에나 내다버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 탐욕스러운 난민브로커들…15년간 난민들 21조원 뜯겨

유럽 언론인과 통계학자, 전산학자들이 만든 프로젝트그룹 '이주민 파일(The Migrant Files)'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증명서 없이 유럽으로 불법입국한 난민 120만명은 난민 브로커에게 160억 유로(약 21조원)를 갈취당했다.

연간으로는 10억유로(약 1조3천억원)를 뜯긴 꼴이다.

난민 브로커에게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르는 난민은 이라크 출신들이다. 이들은 비행기를 이용해 이라크를 떠나 때로는 중남미를 거쳐 서유럽 국가에 입성하는데 1만6천유로(약 2천100만원)를 낸다.

난민 브로커들은 이 과정에서 위조된 신원증명서를 만들고, 부패한 국경 관리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줘 통과가 가능하게 한다.

터키에서 그리스 섬으로 가는 데는 1천∼1천500달러(약 176만원)를 받으며, 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지중해를 건널 때는 400∼700유로(약 92만원)를 받는다.

올해 들어서는 발칸루트에 난민이 몰리면서 체포된 난민 브로커들의 숫자도 급증했다.

오스트리아 당국에 구속된 난민브로커 숫자는 지난달 1일 198명에서 한 달 만에 298명으로 100명이나 폭증했다.

요한나 미클-라이트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난민 브로커들은 범죄자"라면서 "그들은 난민들의 안녕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바이에른에서는 올해 상반기 불법 난민 브로커 1천300명이 적발됐다. 이는 전체 독일에서 적발된 건수의 절반에 달한다.

◇ 유럽 국가별 쿼터 마련 논의

난민들의 밀입국이 급증하면서 EU는 이날 발칸국가들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열고, 유럽 난민 문제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은 유럽 각국이 의무적으로 쿼터를 정해 난민을 받아들이는 새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쿼터제도를 지지하고 있지만, 스페인과 동유럽 지도자들은 지난 6월 회담에서 이 쿼터제도를 거부한 바 있다.

시리아 망명 신청자를 모두 수용하기로 한 독일은 올해 난민신청자가 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U는 아울러 강제추방이 가능한 국가의 목록을 정해 공유할 계획이다. 1951년 난민협약에 따르면 전쟁이나 학대를 피해 이주한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이들은 난민으로 분류돼 강제추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고국을 떠난 이들은 이주민으로 분류돼 강제추방이 가능하다. 현재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에리트레아 출신 이주민은 난민으로 인정되고 있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살기 위해 나선 난민들이, 불법 브로커들의 손에 숨을 잃었다"면서 "이번 비극은 난민 유입 해결에 모든 국가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안전한 곳을 찾아나선 이들이 50명 가까이 사망한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서둘러 문제에 대처하고 연대정신을 가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경고하는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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