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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단체 혐의’ 적용 첫 유죄 판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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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조직 구성원들에게 처음으로 폭력조직과 같은 ‘범죄단체’ 혐의가 적용돼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염경호 판사는 28일 중국과 한국에 콜센터를 두고 기업형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혐의(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사기)로 기소된 국내 관리자급 이모(28)씨에게 징역 6년을, 원모(29)와 문모(40)씨 등 책임자급 2명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전화상담원 역할을 하거나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32명에게는 징역 3년∼4년6개월 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이 아직 검거되지 않은 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아 중국과 국내에 인적, 물적 조직에다 수직적인 통솔체계까지 갖추고 범행한 점 등으로 볼 때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전화상담원 역할을 한 대다수 피고인은 범죄단체 가입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업무 매뉴얼 내용이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내용 등으로 이뤄져 있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보이스피싱 목적의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은 2012년 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신용도를 높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속여 범행에 사용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적힌 체크카드를 건네받은 뒤 13억4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대출에 필요한 법무사 비용 등을 계좌로 송금하라고 하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확인된 피해자만 300명이 넘는다.

피고인들은 체크카드 편취팀, 대출 사기팀, 현금인출팀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눈 뒤 중국과 국내 협업 방식으로 범행을 했다.

앞서 검찰은 이 조직이 징벌, 여권 압수, 감시 등 조직이탈 방지와 이탈자에 대한 자체 응징으로 조직 결속을 다지기 위한 내부질서 유지 체계를 갖춘 점과 직책에 따른 위계질서가 잡힌 점 등이 범죄단체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인정한 판결이 처음으로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하거나 협조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단순 사기죄로 처리하던 보이스피싱 범죄를 범죄단체로 처벌함에 따라 그동안 죄질에 비해 낮은 형이 선고되던 관련 범죄를 엄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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