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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커져가는 불만, 심판 판정 논란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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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심판 합의 판정 도입 1년, 그러나 심판 판정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진=MK스포츠


하루에 두 번씩이나 '의문의' 판정이 나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났다면 믿을 수 있을까.

27일 대구와 마산에서 열린 두산-삼성전, 한화-NC전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팬들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한 곳은 볼 판정으로, 또 다른 한 곳은 체크 스윙 여부로 시끄럽다. 두 판정 모두 승부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줬고 이 날 경기를 패배한 두산, 한화팬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화가 단단히 났다.

우선 대구로 가 보자. 팽팽한 접전 상황, 9회초 두 점 차에서 시작된 두산의 공격은 삼성 마무리 임창용의 제구 난조 속에 진행되던 참이었다.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따라붙으며 어느새 한 점 차,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양의지였다.

볼카운트 1-2, 타자에게 불리했다. 임창용은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으며 출발했는데, 카운트가 유리해지자 역시나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선택했다. 4구째 공 역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였다. 양의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지켜만 봤다. 그런데 윤태수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며 루킹 삼진으로 승부가 마무리됐고, 후속 타자 고영민도 삼진으로 물러나 허무하게 한 점 차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임창용이 구위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공의 위력이 평소에 비해 떨어진 상태였다. 전날의 충격이 주는 영향이 커 보였다. 실제로 1사 만루로 몰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량득점이 날 수도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결국 볼 판정 하나로 희비가 엇갈렸다. 두산으로선 매우 억울할 만한 대목이다. 바깥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건 좋았는데, 이지영의 프레이밍 위치가 스트라이크 존 안이라고 하기 힘들다.

마산에서도 잡음이 들렸다. 한화와 NC, 로저스와 해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의 충돌이라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다. 6회초 한화가 선취점을 뽑아내며 0의 균형을 깼으나 그 분위기는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다. 6회말 2사 김준완의 타석, 풀카운트 상황에서 김준완의 배트가 나가다 멈췄고 로저스는 체크 스윙을 확신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돌아온 3루심의 판정은 볼, 다시 말해 스윙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태껏 국내 무대에 들어와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타 팀 선수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갔던 로저스는 이 순간 처음으로 화를 표출했다. 그리고 NC가 역전한 뒤에도 나성범 타석 때 볼 판정에 불만을 품는 등 마운드에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로저스는 볼 판정에 흔들렸고, 단숨에 3실점을 헌납하며 승부의 추가 NC 쪽으로 기울어졌다. 세 점 차 NC의 승리, 이 두 장면에서 판정이 달라졌다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 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결과론에 그치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감독들의 불만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추세다. 사진=MK스포츠


스트라이크 존이나 체크 스윙 여부는 흔히 말하는 중계방송사의 '느린 그림', 리플레이를 통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사실 심판이기 전에 그들도 사람이라 실수는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수가 정말 애매한, 리플레이도 겨우 잡은 판정이라면 대부분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다만 그 실수가 반복되고, 그것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팬들이든, 선수 혹은 코칭스태프이든 인내의 경지에 도달할 때가 분명 찾아온다. 심판 합의 판정이 도입된 지 1년이 넘었고 예년에 비해 불만은 다소 줄어든 편이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심판 합의 판정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트라이크 존이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 몸쪽, 바깥쪽, 위아래로 스트라이크 존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선수들도 경기 초반에 그런 점을 인지하면서 적응하려고 하고, 웬만해선 심판과 마찰은 피하고 있다. 더군다나 볼 판정과 관련해 정확한 규정이 딱히 없어 심판이 선언하는대로 수긍해야 한다.

하지만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면 문제가 된다. 27일 양의지와 김태형 감독, 그리고 마산에서 로저스가 화를 낸 이유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이미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봤던 존에 적응됐는데, 투수와 타자 모두 생각 밖의 판정이 선언될 경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심판 합의 판정 대상이 아닌 걸 알면서도 억울함을 토로하는 장면을 쉽게 접하는 것,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놀랍게도, 흔히들 최고 수준이라 말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판정 논란은 존재한다.

최근엔 추신수(택사스)가 스트라이크 존에 불만을 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명 '추신수' 존이라고 불리며, 유독 추신수에게만 들쭉날쭉한 볼 판정이 시즌 초부터 계속됐다. 팀 내에서 '삼진 오심'이 1위, 판정으로 가장 큰 손해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판정 논란은 비단 KBO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인 심판 도입, 심판 합의 판정 대상 확대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만 현실성이 담긴 내용은 많지 않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쏟아붓고, 매 순간에 집중하는 심판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 못지않게 체력 소모가 상당하고, 주심은 파울 타구에 맞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포수의 미트를 응시한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판정에서 오심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선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 등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판정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심판 판정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글 =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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