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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람도 차도 "비켜!"…안하무인 '자전거 민폐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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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통행 방해·자전거 무단방치 매년 증가세…"자발적 개선, 당국 관리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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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판매점에 진열돼 있는 자전거와 용품들. / 사진 = 김사무엘 기자


#직장인 이모씨(26)는 지난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여자친구와 자전거를 타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전거 동호회로 보이는 한 무리가 뒤에서 다가와 이씨 일행에게 '길을 막는다'며 화를 낸 것. 양 옆으로 자전거들이 빠른 속도로 추월하며 "비켜, 비켜"라고 소리까지 지르자 이씨의 여자친구는 놀라 넘어지고 말았다.

이씨는 "평소 반포시민공원에서 조깅을 하다가도 자전거보다 느리다는 이유로 욕을 먹곤 한다"며 "일부러 자전거로 팔꿈치를 치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전거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질서를 무시하며 주변에 피해를 주는 '자전거 민폐족'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떼빙'(일반차도에서 무리지어 병렬주행하는 행위), 지하철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와 통로를 막는 행위, 길가에 자전거를 무단 방치하는 행동 등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하철 통행 방해·자전거 무단방치 매년 급증…"보행자 안전 위험"

26일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자전거 휴대승차로 인해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민원 신고는 2012년 779건, 2013년 910건, 지난해 974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7월까지 545건이나 접수돼 연간 신고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은 일부 자전거 이용객들이 지하철 이용 규칙을 무시해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하철에서 자전거는 주말 정해진 시간에 지정된 칸에만 실을 수 있도록 정해져 있으나 이를 무시한다는 것. 휴일 자전거 동호회가 단체로 지하철에 자전거를 들여 승객들의 통행을 막는다는 신고도 여러 번 나왔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학여울역으로 출근하던 한 시민은 "가뜩이나 사람 몰리는 출근시간대 3호선에 자전거가 들어와 길을 막고 있다"며 "자전거를 태워도 되는 날이 아닌데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서울메트로에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무단 방치된 자전거도 문제다. 서울시는 인도나 공원 등 공공시설에서 수거된 방치 자전거가 지난해까지 1만1193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1년까지 5038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3년만에 방치 자전거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좁은 보도나 가로수, 울타리 등에 묶인 자전거는 보행을 방해한다"며 "특히 낡은 자전거는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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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자전거 동호회 '도싸'(DOSSA)가 주최한 '제3회 대관령 그란폰도'에서 일부 대회 참가자들이 2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로 주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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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길 막는 '떼빙'…"내가 가는 길이 길이다?"

'자전거 민폐족'에게 불만이 가장 큰 사람들은 차량 운전자들이다. 지난해 8월 자전거 동호회 '도싸'(DOSSA)가 주최한 '제3회 대관령 그란폰도'에선 일부 참가자들이 강원 방면 팔당 인근 6번 국도 2개 차선을 무단 점거한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도로 상황을 담은 차량 블랙박스에는 수백 대의 사이클이 2개 차로를 차지한 채 주행 중인 차량 앞을 가로막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으나 다수의 참가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주행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저렇게 타는데 욕이 안 나오겠냐", "질서 의식이 있는지 모르겠다", "민폐가 따로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 몰지각한 자전거 이용자들의 행위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자전거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주일에 2번은 꼭 자전거를 타러 나온다는 대학생 조모씨(23)는 "일부 자전거 이용객들이 '내가 가는 길이 길'이라는 무모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은근슬쩍 다 같이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경력 10년 차라는 택시기사 변모씨(53)는 "나도 자전거를 오래 탔지만 택시 운전을 하다 보면 차선을 넘나드는 자전거 때문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전거를 탈 때 차량 운전자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개선과 더불어 관계 당국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충일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현재 민간단체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전거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약하다"며 "정부가 안전강사를 양성해 교육을 확대하고 정부 공인 자격증을 만드는 등의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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