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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텃밭의 '카스트 폭동'…시험대 선 모디 인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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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6일 인도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 외곽 철로에서 경찰이 시위과정에서 타다담은 전선을 치우고 있다.(AFP=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자신의 고향이자 12년간 주 총리를 지낸 구자라트 주에서 하층 카스트 우대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사태가 일어나면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5일 밤부터 이틀간 50여만명이 참여한 이번 시위는 중류층 이상으로 간주되는 파티다르 계층이 공무원 등 일자리에 공평한 기회를 달라며 거리로 나섰다는 점에서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모디 총리에게 '과실의 공평한 분배'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줬다.

구자라트 주는 모디의 주 총리 재임 기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국내외 대기업을 유치했고 인도 전체 성장률의 2배에 가까운 연평균 13.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이른바 '구자라트 경제발전 모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의 시위를 주도한 파티다르 청년단체 PAAS는 이 같은 수치가 자신들의 삶에는 거의 도움되지 않았다며 자신들도 하층 카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할당제 등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PAAS 소속의 아시시 파텔(22)은 "다이아몬드 세공업 등 우리가 하는 소규모 업체는 여건이 좋지 않고 청년들에게 나은 수입을 안겨주지도 못한다"며 "(하층 카스트 뿐만아니라) 우리도 정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dpa 통신에 말했다.

의과대학 진학에 실패한 샤라반 파텔(19)은 입학시험에서 100점 만점 기준으로 90점을 얻고도 탈락했지만 할당제를 적용받은 하층 카스트 학생은 70점만 받고도 합격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시위가 하층 카스트 우대 정책에 대한 불만 이전에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바라는 중산층의 열망과 경제 성장이 일치하지 않은 데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간 이코노믹타임스 오피니언면 에디터인 T.K. 아룬은 "이번 시위가 구자라트 모델의 신화를 걷어냈다"며 "이들은 그동안 구자라트 주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인도가 카스트 제도로 교육이나 취업에서 소외받은 하층민을 위해 헌법으로 규정한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가 애초 취지에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와할랄네루대 정치학과 비두 베르마 교수는 전 정부에서 선거를 앞두고 북인도에서 영향력있는 자트 계층을 '기타하층민'(OBC·Other Backward Class)에 포함시켜 공무원 할당제를 적용한 사례를 들며 "할당제를 재검토해 진짜 필요한 이들에게만 부여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구자라트 주에서는 지난 25일 밤부터 주내 최대 도시 아메다바드를 비롯해 수라트, 메사나 등에서 파티다르의 하층 카스트 우대 정책 반발 시위가 벌어져 지금까지 8명이 사망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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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도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에서 사복 경찰이 파티다르의 시위를 진압하러 이동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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