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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KDI의 경고 "20년전 日과 놀랍게 닮은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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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가 일본과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놨다. 한국의 지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지표를 2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키우고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박사)는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DI 주최로 열린 '우리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 정책세미나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한국의 명목 GDP 성장률 추이는 일본의 20년 전과 매우 흡사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의 1인당 소득 역시 20년 전 일본과 유사한 3만달러 내외까지 증가했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성장률 하락은 고령화와 생산성 정체에 기인하는데, 한국 역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생산성 증가세가 둔해지고 있어 성장 저하 원인 또한 '닮은꼴'이라는 분석이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과가 좋지 못한 산업에서 성과가 우수한 산업으로의 노동력 이동 속도가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둔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효율성 저하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정규직·비정규직뿐 아니라 근로자가 속한 산업 간 양극화도 심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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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못 갚아 만기가 연장되거나 이자를 보조받는 '좀비기업' 증가세 역시 일본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에서 좀비기업의 자산이 전체 기업 자산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3%에서 2013년에는 15.6%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조선과 건설업의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좀비기업들은 노동시장 경직성과 함께 한국 제조업의 자원배분 효율성을 낮추고 있다는 게 조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이다. 이에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안정적인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설정하는 것에 정책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피크제 등 연공서열보다는 근로자 생산성이 임금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혁하고, 근로연령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창업 활성화, 규제개혁을 통한 진입장벽 완화 등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 과보호 축소, 부실기업 인식에 대한 금융감독 강화, 산재해 있는 정책금융의 축소, 중소기업 보호정책 축소, 기업 구조조정 관련 제도 정비 등의 정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본이 1990년대부터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정진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구조개혁과 일본형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제목으로 한 주제 발표에서 "일본의 구조개혁은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시장지향적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근로자들이 새 직장에 들어가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유동화 정책을 폈지만, 대기업 정규직은 여전히 장기 고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 채용을 전제로 내부에서 근로자 업무 역량을 숙련시켰는데, 이런 인적자원 육성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던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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