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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배당금도 지분도…롯데가 진정 한국 기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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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주주 99%가 일본 기업… 정체성 논란 확산

세계일보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진흙탕 경영권 싸움’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롯데그룹의 해외 계열사 소유구조 파악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바라본 롯데호텔. 이재문 기자


롯데가 진정 한국 기업일까.

롯데그룹 장·차남 간 경영권 다툼으로 집중 제기된 롯데의 국적 정체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롯데 측은 매출 95%를 한국에서 올리는 ‘토종기업’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일단 현재까지 드러난 그룹 지배구조나 주주 구성, 또 이에 따른 배당 성향 등을 보면 롯데그룹이 한국 기업이라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 당국이 롯데의 지배구조 등을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무엇보다 롯데가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소비재를 집중 생산·유통하는 기업이란 점에서 점점 커져만 가는 국민적인 ‘배신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롯데의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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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가 투명해져야 롯데 계열사 등에 투자한 한국 자본을 보호하고,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 몇 명에 의한 독단적인 그룹 경영의 폐단을 척결할 수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맨 꼭대기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배구조부터 일본 자본 일색이다. 호텔롯데는 국내외 롯데 계열사 42곳의 지분을 보유·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호텔롯데의 주주 99%가 일본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2014년 호텔롯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19.07%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다. 롯데홀딩스를 포함해 ‘L투자회사들’, ㈜광윤사(고준샤), ㈜패밀리 등 일본 회사들이 대부분인 99.28%를 갖고 있다. 국내 주주인 부산롯데호텔(0.55%)과 자사주(0.17%)는 지분율이 극히 미미하다.

사실상 거의 모든 지분을 일본 기업이 갖고 있기 때문에 호텔롯데의 배당금도 대부분 일본으로 넘어간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주당 500원, 총 255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가운데 254억원을 롯데홀딩스 등 일본 주주들이 가져갔다. 롯데그룹 상장사 전체가 지난해 배당한 돈 중 10% 정도만 일본으로 건너간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롯데 관계사들이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만 집중 장악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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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내 19개 노조 모임인 노동조합협의회 강석윤 의장(앞줄 가운데)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지하 1층 교육장에서 신동빈 회장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일본 롯데홀딩스 등 16개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2012∼2014년 한국 내 법인에서 받은 배당금은 1397억8700만원에 달한다.

호텔롯데의 사실상의 대주주인 L투자회사들은 그 정체조차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사업보고서상 호텔롯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단일주주는 롯데홀딩스이지만 1∼12번까지 번호를 쓰는 L투자회사들의 지분을 합치면 72.65%로 월등히 많다. 그런데도 L투자회사의 정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L투자회사들에 대해 한국 롯데에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투자회사가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일 그렇다면 호텔롯데와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모두가 신 총괄회장이나 총수 일가 몇 명이 지배하는 가장 후진적이고 불투명한 경영 시스템에 놀아나고 있는 셈이다.

정체성 논란으로 롯데그룹이 받을 불이익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롯데가 한국을 대표하는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데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연말로 예정된 서울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재입찰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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