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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동하 웰빙의 역설] 천연모기향이라도 인체에는 해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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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말에 견문발검(見蚊拔劍)이란 말이 있다. ‘모기보고 칼을 뽑는다’라는 의미다. 모기 한 마리 때문에 굳이 칼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칼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흔히들 사용하고 있는 모기약이 그것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는 평상에 누워 수박을 먹으면서 바로 옆에 볏짚이나 풀들 태워 연기를 냈다. 이를 모깃불이라고 했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모깃불은 모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이용해 모기를 유인하는 것이다. 모기는 열과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연기를 쫒아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잡방(雜方)문에 보면 '모기와 파리를 없애는 방법'이 나온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음력 5월에 개구리밥(부평초)을 그늘에 말려 태우면서 연기를 피우면 모기가 없어진다’ 또는 ‘목별자, 천궁, 석웅황가루를 태우면 모기가 멀리 달아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경향신문

식물 외에도 뱀장어나 박쥐를 말려 계피, 유황과 함께 가루내 태우기도 했다. 쑥이나 계피나무껍질을 함께 태워 향을 더하기도 한다. 재료에 따라 연기 자체의 특별한 향으로 방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풀이나 볏짚을 태우는 모깃불이 단지 연기를 이용한 유인제라면 부평초, 계피, 유황 등 특정 한약재는 기피제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모기향도 기피제를 이용한 대표적인 모기약이다. 모기향을 만드는 주재료는 국화과인 제충국이다. 과거 우연히 특정 꽃 주위에서 벌레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그 꽃을 제충국(除蟲菊)이라고 이름지었다. 영어로는 Insect flower 혹은 Pyrethrum flower라고 한다.

제충국의 꽃에는 피레트린(pyrethrin)이라는 정유성분이 있는데 모기의 운동신경절에 영향을 미쳐 호흡근육과 날개근육을 마비시킨다. 꽃과 열매에 가장 많다. 적은 양은 모기를 기절시키지만 많은 양에서는 죽는다. 피레트린은 모기향 이외에도 전기모기매트나 스프레이제제에도 기본으로 사용된다.

피레트린이 포함된 모기약 등과 관련된 인터넷 내용들을 보면 “100% 천연살충성분” 또는 “100% natural pyrethrins” “사람과 자연에 안전한 100% 천연피레트린성분” “온혈동물인 사람이나 가축에는 독성이 없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이라고 해서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독성물질은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이다. 일례로 아마존원주민들은 사냥할 때 독화살에 큐라레(curare)라는 독을 바르는데 이는 여러 가지 식물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천연성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독은 자연(natural)상태의 것이다. 천연을 강조해 독성이 없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피레트린의 쥐에 대한 급성경구독성 LD50은 72mg/kg, 사람에게 1일 허용기준량은 0.04mg/kg으로 정해져 있다. 사람에게는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지만 고용량에서는 호흡근이나 운동근육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천연이 아닌 합성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인체에 무해한 방충제나 살충제는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과다한 모기약 사용은 인체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밀폐공간에서는 절대 모기향을 피우지 말아야한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약자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한다. 모기약스프레이도 사용 후 반드시 환기시키고 전기모기매트도 갓난아이 옆에서는 피우지 말아야한다. 제충국은 천연이지만 인체에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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