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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행만리]호젓한 편백숲…마음껏 숨고르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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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휴가길, 전국 편백숲 명소를 찾아가는 힐링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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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숲속의 공기를 정화하는 핵심물질)을 가득 품은 편백숲 여행은 시간이나 날씨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더우면 더운데로 비가 오면 또 그대로 편백숲의 운치는 넘쳐난다. 이 여름이 가기전 호젓한 편백숲에 들어 마음껏 숨고르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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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숲길에 들었습니다. 바늘같은 잎을 가진 침엽수로 이뤄진 숲입니다. 침엽수 숲 중에서 으뜸은 단연 편백나무숲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치솟은 편백나무가 도열한 숲의 진가는 그 속에 들어서면 비로소 느낄 수 있습니다. 산새와 편백나무사이를 헤치며 부는 바람이 상쾌합니다. 걸음은 한결 더 기운차고 숲은 싱그럽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온 몸으로 초록의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어느새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곳입니다.

휴가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습관적으로 찾는 바닷가나 계곡은 휴가인파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이럴때 조금은 한적한 곳을 찾아 나만의 휴식을 가져볼만 합니다. 편백나무숲으로 여행이 꼭 그러합니다. '천연 향균물질인' 피톤치드(숲속의 공기를 정화하는 핵심물질)을 가득 품은 편백숲 여행은 시간이나 날씨에 연연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더우면 더운데로 비가 오면 또 그대로 편백숲의 운치는 넘쳐납니다. 이 여름이 지나기 전에 편백나무숲에 들어 호젓한 휴가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전북 완주 공기마을, 호젓하게 즐기는 나만의 힐링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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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마을 편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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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서 남원으로 가는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영화 '최종병기 활' 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혹은 마을 뒷산의 옥녀봉과 한오봉에서 내려다보면 밥그릇처럼 생겼다고 해 '공기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이곳에 거대한 편백숲이 있다. 1976년 마을주민들이 뒤편 산자락 85만9500㎡(26만여 평)에 10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제 손으로 심어 기른 곳이다. 다른 편백나무숲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숲은 깜짝 놀랄 만큼 깊다.

뙤약볕을 헤치며 달려왔는데 편백숲 속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하고 서늘하다. 공기는 청량하고 벌레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 촘촘한 편백나무 아래에는 돌들이 많다. 큼지막한 돌들은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준다. 자그마한 돌들은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돌탑으로 변모해 있다.

편백숲의 한가운데는 삼림욕장이 마련돼 있다. 편백숲이 좀 성글어진 곳에 나무 덱을 놓고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보통 삼림욕장에 들어서면 걸으면서 숲의 기운을 빨아들이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돗자리를 펴고 머물면서 나무 향을 즐긴다. 잠깐 누워 낮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고, 책을 펴든 이들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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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뻗은 편백숲에 들면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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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오롯이 숨쉬기에 집중하고 있자니 왜 이곳을 '치유의 숲'이라 했는지 절로 공감이 된다. 이 청량한 숲을 걷고만 가는 게 아쉬워서인지 공기마을을 찾은 이들은 편백숲을 '걷는 숲'이라기보다 '머무는 숲'으로 여기고 있다.

산책로는 삼림욕장을 지나 마을로 원점회귀하는데, 마을에 당도하기 직전에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유황편백탕이 있다. 파이프를 박아서 유황이 섞인 지하수를 끌어올린 곳인데, 지하수는 온천수가 아니라 찬물이다. 산책로를 다 걷고 난 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면 온몸에서 박하향이 묻어날 것만 같다.

◇전남 장흥 바람의 힐링, 편백숲에서 즐기는 '풍욕' 짜릿
억불산에 '치유의 숲'으로 불리는 편백숲 우드랜드가 있다. 우드랜드는 억불산 자락 100만㏊ 편백나무 숲에 들어섰다. 숙박시설과 산책로, 풍욕장 등이 마련된 힐링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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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편백숲 '풍욕장'에서 풍욕을 즐기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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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면 서로 견주 듯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로 울창하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편백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싶다. 하늘을 덮는 나무의 녹음은 보기만 해도 서늘하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은 청량하다.

편백숲군락지 정상에는 오두막이 있다. 바로 '비비 에코토피아'로 불리는 '풍욕(風浴)장'이다. 편백숲우드랜드의 명물중 명물이다. 숲에서 바람으로 맞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다.

풍욕장에 들면 세상과 단절된다. 체험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풍욕장 주변에 상록수를 심고 대나무로 차단막을 설치해 밖에선 들여다볼 수 없다.

'비비 에코토피아' 곳곳에는 쉴 수 있는 의자와 움막, 해먹 등이 있다. 곳곳에 드러난 사람들의 속살은 이곳에서 무례가 아니다. 피부도 호흡을 해야 면역력도 강해지듯 사람들의 몸은 이곳에선 '숨 쉴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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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편백숲은 나무덱을 따라 이동하면서 숲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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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나무 사이로 속살들이 드러난다. 한 줄기 바람이 불자 사람들 속살에 맺힌 땀방울이 공기 중에 흩날린다. 땀 냄새는 사라지고 모두 바람의 목욕에 넋이 빠진다.

풍욕장을 제대로 즐기는 위해 나무 침대에 누웠다. 순간 세상과 격리된 느낌이다. 사람들의 소리는 잦아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 소리, 새들의 지저귐만 대지에 가득하다. 하늘은 나무의 녹음으로 가렸다. 완전한 휴식이다.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삼나무 숲의 바다
장성 축령산은 편백나무숲의 대명사다. 산세가 곱고 야트막한 축령산에 참빗처럼 가지런한 편백나무와 삼나무, 활엽수가 바다처럼 펼쳐졌다. 569ha. 무려 170여 만평에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빽빽하게 서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은 산을 지금의 모습으로 일궈낸 사람은 고 임종국 선생이다. 평생을 바쳐서 596ha에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 거대한 숲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선생'의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가뭄이 들면 온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비탈진 산을 오르내리며 나무에 물을 주었다는 믿기 어려운 일화도 전한다. 이렇게 길러낸 숲은 재정문제로 다른 사람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지금은 서부지방산림관리청에서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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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에 손을 대보면 온 몸으로 전해지는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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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의 편백나무숲 트레킹 코스는 다양하다. 차량이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임도를 중심으로 솔내음숲길(2.2㎞), 산소숲길(1.9㎞), 건강숲길(2.9㎞), 하늘숲길(2.7㎞) 등의 이름표를 단 길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어떤 코스를 택하든 트레킹은 2시간이면 넉넉하니 몇 개의 코스를 이어붙여 걸어도 좋겠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나무가, 숲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새삼스러워진다. 이런 깨달음은 이 거대한 숲을 만든 이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장성군은 8일부터 이틀간 제8회 축령산 편백산소(O2)축제를 개최한다.

◇전남 고흥 팔영산과 봉래산이 품어내는 초록기운
한반도의 남쪽 고흥읍에서 남쪽으로,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당도하는 곳이 외나로도의 봉래산(410m)이다. 봉래산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쪽 사면에 30m가 족히 넘는 9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9000여 그루가 사철 푸른 모습으로 바다를 마주 보고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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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 팬백숲을 걷고 있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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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은 해발 400m가 넘지만 거의 산허리쯤에 들머리가 있어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다. 산행 코스에서 일부 구간을 살짝 비껴서 편백나무와 삼나무 울창한 숲을 지나는 도보코스 '고흥마중길'이 놓여져 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둑한 그늘을 만드는 숲길은 보드라운 흙길이다. 나무마다 초록의 기운을 뿜어내는 촉촉한 숲길에 들면 나무 향이 코를 찌른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팔영산(608.6m)국립공원으로 간다. 팔영산은 암릉 타는 재미가 각별한 산이다. 몇몇 봉우리는 '네 다리'로 기어올라야 할 만큼 험하기도 하다. 암봉의 표면 또한 팥 시루떡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하지만 일단 올라서면 조망 만큼은 탁월하다.

이 팔영산 자락에 편백나무 숲이 있다. 성기지구와 금사지구 등에 약 416㏊에 달하는 편백 조림지로 수령 30년생들이 쭉쭉 뻗어 있다. 숲으로 가는 길은 우선 능가사에서 시작한다. 절집에서 오른쪽으로 약 2㎞ 정도 오르면 저수지가 나오고 편백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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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을 찾았다면 중산일몰은 빼놓지 말고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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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기운을 뿜어내는 촉촉한 숲길에 들면 나무 향이 코를 찌른다. 피톤치드의 향기가 어찌나 짙은지 정신이 다 아찔해질 정도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팔영산 편백 숲 코스는 3.5㎞ 정도로 타박타박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 피톤치드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하니 꼭 시간에 맞춰 가는 게 좋다.

◇전남 순천 선암사 굴목이재 가는길, 숨겨놓은 편백숲
전남 순천의 선암사는 곱게 늙은 절집이다. 875년 도선(道詵)이 창건한 태고종의 본산으로 아늑하고 정갈하다. 봄날의 매화와 들머리의 숲길이며 절집의 풍모도 빼어나지만, 여름철 선암사에서는 꼭 놓치지 않고 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이어지는 굴목이재 초입의 편백나무숲이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있는 편백나무숲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고요한 절집을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어둑한 숲 속은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선암사를 찾은 관광객들이 여기까지는 발걸음을 들이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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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굴목이재 편백숲을 찾은 여행객이 책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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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은 선암사 경내에서 10분 남짓이면 당도하지만, 거기에 이처럼 훌륭한 편백숲이 있는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생태체험야외학습장을 지나고 마주한 편백나무숲은 장관이다.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는 조계산에 이색적인 풍광이다. 60~70년생 편백나무가 거칠 것 없이 하늘로 솟구친 모습이 웅장하다. 나무쉼터에 앉아 힘차게 뻗은 편백나무들이 뿜어내는 알싸한 피톤치드의 향기는 그윽하다.

선암사를 찾았다면 송광사와 잇는 굴목이재도 넘어보길 권한다. 조계산 8부 능선을 걸어 사찰로 드는 길이다. 순천의 남도삼백리길 중 하나로 '천년불심길'이다. 선암사와 송광사 스님들이 오가며 도반의 우정을 나눴고, 이 길을 따라 꽃가마를 탄 승주의 처녀가 낙안읍성 마을로 시집을 갔던 길이다.

굴목이재는 두 개다. 선암사에 가까운 고갯마루는 선암굴목이재, 송광사 쪽은 송광굴목이재로 불린다. 굴목이재는 6.8㎞ 남짓으로 서너시간이면 충분하다. 굴목이재 중간쯤 있는 30년도 훌쩍 넘은 보리밥집의 밥맛도 일품이다.

글 사진=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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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을 찾는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머물면서 나무 향을 즐기거나, 잠깐 누워 낮잠을 청할 수 도 있다. 아니면 책을 펴든 이들도 만날 수 있다. 오롯이 숨쉬기에 집중하고 있자니 왜 이곳을 '치유의 숲'이라 했는지 절로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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