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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억원 아끼려 액티브X 못 버린 학교들…참담한 IT 강국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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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모델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MS본사에서 "윈도우10" 출시를 맞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MS는 정품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29일부터 모든 윈도우7과 8.1 사용자에게 윈도우10으로 무료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윈도우10은 전 세계 119개국에 111개 언어로 출시된다. 2015.7.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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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준 기자 = 국내 주요 공공·금융·교육 기관들이 '윈도10' 업그레이드를 미룰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액티브X 기반으로 운영되는 홈페이지가 윈도10 환경에선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2~3년전부터 액티브X를 버릴 것을 주문했다. 정부도 나서서 액티브X를 없애라고 주문했으나 변한 게 없다.

IT 업계에선 시스템 전환에 들이는 비용을 아끼려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당장의 IT 시스템 개발 및 구축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려는 관행이 이같은 참담한 액티브X 공화국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 홈텍스·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등 주요 공공기관과 교육청 및 대학교, 금융기관들은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서비스의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하며 업그레이드를 당분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8 이전부터 웹표준(HTML5)으로 전환할 것을 수차례 권고했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한 탓이다.

윈도10은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 웹표준 기반의 인터넷 브라우저 MS엣지를 탑재했다. 함께 탑재된 인터넷 익스플로러(IE) 11은 액티브X를 지원하긴 하지만 종전 액티브X가 윈도10 환경과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액티브 X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인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폐지하지 못한 데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용 부담과 특수한 국내 인터넷 환경을 꼽고 있다.

액티브X를 폐지하고 각종 시스템 개편과 함께 웹표준으로 변환하려면 최소 2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 시스템통합(SI)업계가 추산한 대학교 사이트 웹표준 개편 비용은 약 2억원 수준이다. 쇼핑몰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약 8억원이 필요하고 은행의 경우 60억원까지 소요된다. 물론 시스템을 개편하는 과정은 웹표준 변환 외에 데이터 변환, 시스템 재구축 등을 포함해 정확한 비용 산출은 어렵다.

업계는 공공기관의 IT 시스템 개편에 대한 저가 발주 관행이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다양한 업무 관련 프로젝트를 발주하기 위해 예산을 받아내기 어렵다 보니 웹표준으로 전환이 늦어졌다. 신규 예산을 받아야 하는 웹표준 전환은 예산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린 탓이다.

특수한 국내 인터넷 환경도 한몫했다. 초기에 액티브X 체계로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이 운영되면서 국내 사용자들의 IE 사용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14 국내 인터넷 이용환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중 87.5%가 IE를 사용했으며 크롬(9.26%)·파이어폭스(1.51%)·사파리(0.57%)의 점유율은 미미했다.

IE는 웹표준 수용도가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현저히 낮다. KISA에 따르면 웹표준의 기능 중 해당 브라우저가 제공하는 것을 점수화(555점 만점)한 웹표준 수용도에서 IE11은 336점, IE10이 297점, IE9 113점, IE8 33점에 그쳤다. 크롬은 501점, 사파리가 396점, 파이어폭스는 449점을 기록했다. IE를 제외한 나머지 인터넷 브라우저들이 최신 기술인 웹표준을 많이 반영했다는 뜻이다.

인터넷 업계 한 전문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인터넷 브라우저 사용률이 고르지 못하다보니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10여 년간 고착화된 것을 한 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이나 기업들은 사용자들의 편의성 향상을 위해 웹표준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사용자들도 최신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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