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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농협 지점 리모델링 공사 ‘무늬만 경쟁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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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농협 출신 직원 앞세워 로비 ‘뒷돈 거래’ 의혹

“청탁 대부분 통해”… 검찰, 비자금 조성 여부 수사

농협중앙회의 특혜 대출 및 하청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농협 전국 지점의 리모델링 및 건축 공사가 진행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기도 전에 공사계획을 입수한 업체들이 농협 지점장과 중앙회 지역본부장들을 찾아가 청탁을 하고, 업체로 자리를 옮긴 농협 전직 직원들이 이 과정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공사가 ‘경쟁입찰’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4일 농협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농협 각 부문의 총무부들은 매년 리모델링 공사계획을 세운다. 부문별 총무부는 농협 내에서 주요 정보가 모이는 핵심 부서로 통하는데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69)의 핵심 측근들이 부서장을 맡아왔다.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총무부는 리모델링을 한 지 5~7년이 지난 지점들에 공사를 신청하라고 공문을 보낸다. 지점장은 1~2년 단위로 자리를 옮겨 해당 지점이 공사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공사는 농협중앙회 등이 ‘NH개발’에 발주하고, NH개발이 협력업체에 재발주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1차 계약은 중앙회 지역본부와 NH개발 간에, 2차 계약은 NH개발과 협력업체 간에 각각 이뤄진다. 그런데 본사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전에 업체 관계자들이 지점장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테리어 업체들로 자리를 옮긴 농협 출신 인사들이 중앙회와 지역본부를 통해 얻은 ‘정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협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서울의 한 지점장에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농협 지역본부장 출신인 업체 관계자가 찾아왔다”면서 “본사가 곧 인테리어 공사를 할 테니 자신이 일하고 있는 업체를 잘 봐달라는 얘기를 했고 결국 해당 업체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다른 농협 관계자도 “지점장이 업체와 결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윗선’과 얘기를 끝낸 업체에 훼방을 놓지 않는 분위기도 많다”면서 “협력업체로 가는 지역본부 출신 인사가 많다”고 말했다.

농협 전국 지점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가 형식적으로는 경쟁입찰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농협 출신 직원을 통해 알음알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NH개발의 협력업체들은 농협 고위층과 끈이 닿는 인물을 영입하는 데 힘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NH개발 협력업체 중에서도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전·현직 농협 관계자들의 얘기다. 검찰은 이런 구조 아래에서 농협과 NH개발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는지, 이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등을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가 지난달 30일 압수수색한 서울 가락본동의 한국조형리듬종합건축사무소는 최 회장의 동생이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 양재동 농협유통센터, 농협중앙회 평택물류센터 등 굵직한 사업장의 설계변경 등을 담당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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