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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동아시안컵] "서연아 봤지?"…한·일전 대역전극 이끈 88년생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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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여자축구대표팀 조소현이 4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여자부 2차전 일본전에서 동점포를 넣은 뒤 부상으로 이날 귀국한 심서연 유니폼을 들어올리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우한(중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여자의 의리는 더욱 진한 향기가 묻어난다고 했던가. 뜨거운 동료애로 뭉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7위 ‘윤덕여호’가 4위 일본과 자존심 대결에서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1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4일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여자부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주장 조소현, 전가을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사흘 전 중국과 경기에서 1-0 신승한 한국은 2승을 기록, 오는 8일 북한을 이기면 대회 우승을 차지한다.

◇‘심서연’의 이름으로…꼭 이기겠다!



중국전 쾌승에도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수비의 핵’인 심서연이 예기치 않은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4일 귀국길에 오르면서다. 전력 누수도 컸지만, 최소 6개월 이상 치료하며 재활에 전념해야 하는 십자인대 부상이라 동료는 물론 윤 감독은 노심초사했다. 체감온도 37~38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대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동료를 혼자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도 서글펐다. 한일전 직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자 선수들이다 보니 동료의 작은 아픔에도 눈물을 보이더라. 심서연이 짐을 챙기고 떠날 때 하나같이 힘들어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오히려 똘똘 뭉치는 게 여자 대표팀이다. 한일전에서도 그런 힘을 기대한다”고 했다. 3개월 전 월드컵을 앞뒀을 때도 신담영 여민지 등 주력 요원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골키퍼 윤영글이 장갑에, 일부 선수는 축구화에 부상자 이름을 새기면서 눈물을 머금고 투혼을 발휘했다. 결국 이런 동료애는 사상 첫 여자월드컵 16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다. 윤 감독은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상 선수의 몫까지 뛰자는 마음”이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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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전가을이 4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여자부 일본전에서 종료 직전 그림 같은 직접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넣은 뒤 홀로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조소현, 4번 유니폼 들어올린 의미는?



윤덕여호의 끈끈한 의리는 중국 우한에서도 저력으로 이어졌다. 한일전은 예상보다 어려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캐나다 여자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당시 멤버 23명 중 해외파를 포함해 17명이나 바꿨다. 4명은 첫 발탁이고, 16명은 A매치 경력이 10회 미만일 정도로 실험의 장으로 여겼다. 일본은 1차전에서 북한에 2-4 패배를 당한터라 한국도 자신감있게 맞섰다. 그러나 골키퍼를 포함해 1차전 선발진에서 9명이나 바꾼 일본과 다르게 8명을 고정한 한국은 체력적으로 어려워했다. 초반 상대 빠른 템포 패스와 슛에 주도권을 내주더니 전반 30분 나카지마 에미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잔부상에 시달려 중국전에 결장한 조소현이 중원에 복귀했지만, 몸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프타임 때 전열을 가다듬은 태극낭자의 움직임은 후반 들어 180도 달라졌다. 킥오프 8분 만에 조소현이 해결사 구실을 했다. 센터서클을 넘어 20여 미터 단독 드리블을 하더니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통렬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세리머니다. 벤치로 달려온 그는 미리 준비한 심서연의 유니폼을 들어올리고 동료와 환호했다. 눈물을 글썽거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1988년생의 약속된 화합…팀 윤덕여호 완성



조소현의 골 이후 일본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윤 감독이 꺼낸 카드는 전가을. 역시 이번 대회 컨디션 난조로 중국전에 뛰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의 거센 공격에 벤치에서 대기한 전가을까지 투입해 총력을 펼쳤다. 종료 직전 기적이 일어났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키커로 나선 전가을은 상대 골문 왼쪽을 가르는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그라운드 위 태극낭자뿐 아니라 벤치에 앉은 모두 코치진이 벌떡 일어났다. 애초 중국전에 뛰지 못한 1988년생 언니들이 심서연의 몫까지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약속이라도 한듯 심서연 대신 출전한 김도연은 일본 공격수를 제대로 묶었고, 조소현 전가을이 연달아 골망을 흔들며 영웅이 됐다.

한국 여자축구는 일본과 역대 전적에서 4승(8무14패)째를 따내며 웃었다. 동아시안컵만 놓고 보면 3연속 2-1 승리를 거뒀다. 상대 주력 선수가 빠지긴 했으나 지소연 등 ‘일본 킬러’가 없어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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