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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오세훈의 영화인:生] 한효주 '뷰티 인사이드' 또 평점 테러,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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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 '평점 테러' 논란. 배우 한효주가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출연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쎄시봉'에 이어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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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평점 테러 시달려…현대판 연좌제 or 공인의 도리?

배우 한효주(28)가 두 번째 악몽을 꾸고 있다. 어느새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여배우로 거듭나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지만, 연기 외적인 요소에 다시 한 번 발목을 잡히고 있다.

한효주는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 제작 용필름, 배급 NEW)에 여주인공 홍이수 역을 맡았다. 3일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공개된 영화는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유기적으로 들어맞으며 '좋은 영화'라는 인상을 풍겼다. 특히 한효주는 영화에 거듭 출연하며 자신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터득한 듯 보였다. 단순히 외모적인 면을 부각한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며 영화의 중심에서 극을 입맛대로 이끌어 나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암초는 여전히 존재했다. 그게 뭘까? 장벽은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쎄시봉'(C'est Si Bon, 감독 김현석, 제작 제이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그것과 닮았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기 전, 일련의 사건들과 결부시켜 시작도 하기 전에 차와 포를 떼고 장군을 부른 듯한 모양새다. 마치 한 식당을 방문하기 전 온라인 블로그에 올라온 안 좋은 평가를 보고 음식 맛을 결정한 뒤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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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기대작 개봉 초읽기. '뷰티 인사이드'는 달콤한 멜로에 판타지를 더한 로맨스 영화다. 21인 1역이라는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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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네이버 평점에서 10점 만점에 5.49점을 기록하고 있다. 1607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제작발표회 당시에는 4점대를 나타냈다. 1점대의 평점 테러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화살은 한효주라는 과녁을 향해 있다. '쎄시봉'은 당시 1점대(2015.08.04 기준 5.99점)의 평점과 기대작임에도 불구하고 171만 4803명의 관객에 그쳤다.

일부 팬들의 평점 테러는 한효주가 지난해 발생한 '김일병 사건'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아닌 그의 가족이다. '김일병 사건'은 2013년 7월 공군 성남비행단장 부관실에서 근무하던 김 모 일병이 부대 내 가혹 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이 한효주의 친동생인 한 중위다.

당시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공군은 지난해 1월 "가혹 행위는 없었으며 무장구보 등은 통상적으로 군인으로서 감당할 수준"이라며 일반 사망으로 결론 내렸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한 중위의 기소유예 처분 소식이 알려졌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며 일부 누리꾼들은 한효주의 사과를 요구했다. 가족이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공인인 한효주가 나서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배우 차승원이 아들의 성폭행 관련죄에 대해 대중에게 사과하고 용서받기 위해 애썼던 일,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부친의 성추행 논란 뒤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점을 예로 들며 한효주에게 동일한 행동을 원했다.

하지만 한효주는 침묵했고, 뿔이 난 누리꾼들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에 평점 테러와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대판 연좌제(한 사람의 죄에 대해죄를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함께 묻는 제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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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 논란 극복할까?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21명의 배우)과 그들이 사랑한 한 여자 이수(한효주 분)의 사랑을 그린다.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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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는 "한효주가 나오는 영화는 보지 않겠다" "끝까지 사과 안 하네" "논란이 있어도 영화는 잘 찍는구나" 등의 저격 글이 넘쳐 난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연좌제의 부활" "영화는 한효주라는 배우 한 명의 것이 아니다" "다른 배우들이 가엾지도 않은가" 등 영화를 영화 자체만 두고 보자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쎄시봉'에 이어 '뷰티 인사이드' 역시 실제 관람객들의 평이 꽤 훌륭하다. 메가폰을 잡은 백 감독과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출연진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특정인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영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스태프와 다른 배우들, 영화와 얽힌 이해당사자들까지 불필요하게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 영화가 좋지 않다면 영화만을 두고 잣대를 들이대면 될 일이고, 한효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화와 구분 지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

제2와 제3의 피해자들을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영화까지 미워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정 마음이 불편하면 자신만 영화를 보지 않으면 되고, 항의하고 싶다면 해당 배우의 소속사를 통하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꿈이자 삶의 전부이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밥그릇인 영화를 시작 전부터 색안경을 쓰고 보지는 않길, 영화를 영화로만 봐주길 바랄 뿐이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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