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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담배 피우지 말라'며 목덜미 주무른 상사..강제추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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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이 어린 아르바이트생에게 다가가 훈계한다며 목덜미나 팔뚝 등을 잠깐 주물렀다면 강제추행에 해당할까. 이런 행위에 훈계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모씨(51)의 상고심에서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부분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신씨는 2013년 6월 자신이 상무로 일하는 공장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던 19세와 20세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다가가 "어린애가 무슨 담배냐"며 3초 정도 목뒤를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또 허리를 팔로 휘감거나 볼을 꼬집고 오른쪽 팔뚝을 3~4초간 주무르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회사를 그만뒀고, 9일 후 경찰에 그를 고소했다.

신씨는 또 회사 이름으로 빌린 기계를 임의로 중고매매상에게 팔아넘기고 4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횡령)도 적용돼 기소됐다.

1심은 신씨의 추행과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추행 혐의를 무죄로 보고 횡령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직원들이 출근하는 시간대에 개방된 장소에서 발생했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것 같지 않자 어른으로서 훈계하려는 의미로 짧은 순간 어루만진 것에 불과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훈계 의미로 짧은 시간 신체 접촉을 한 것만으로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1부는 "비록 훈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목덜미, 등, 허리, 팔뚝 부분을 쓰다듬거나 수 초간 주무르는 행위는 객관적으로 훈계를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일반적인 사람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라며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며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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