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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업 안돼 빚내 삽니다”…20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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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니면서 학자금 빌리고

졸업후 전세집 구하려 또 대출

어려워진 부모 빚 떠안기도

“사치 때문” 따가운 눈총 억울

취업해도 상환 하늘의 별따기


2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최근 20대들이 쉽게 빚을 내고 신용유의자로 빠진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학자금 등 돈 쓸데는 많지만 소득이 없는 20대가 돈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데 단순히 유흥비나 사치성 소비 때문에 빚을 지는 것 처럼 묘사되는 것이 언짢다.

분명 20대의 빚은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히 대학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한 빚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이라고 하지만 부모의 빚을 대신 떠안거나,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일종의 ‘비자발적 빚’이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난에 20대마저 주택담보대출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사회가 강요한 비정상적인 빚이 늘고 있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의 평균 금융부채는 2014년 1366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은 6.55% 증가하는데 그쳤다. 버는 돈 보다 빚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이자를 포함한 연간 상환액 역시 278만원에서 364만원으로 30.94% 급증했다.

20대가 지고 있는 빚의 시초는 학자금 대출이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누적규모는 2010년말 3조7000억원에서 2014년말 10조7000억원으로 4년새 2.9배 늘었다. 학생 1인당 평균 대출액은 같은 기간 525만원에서 704만원으로 34% 늘었다.

의아한 것은 최근 정부 시책으로 대학 등록금은 일부 인하되거나 동결됐는데도, 학자금 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독립적인 경제 기반이 부족한 20대의 경우 부모 세대의 경제 생활이 어려워지면 그 빚을 떠안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새 빚을 얻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20대가 빚을 낸다고 하면 신용대출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손쉬운 대학생 신용대출 관행이 20대의 무분별한 빚늘리기의 주범이라고 보고 이를 규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신용대출은 2013년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반면 부동산담보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20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6월 4조397억원에서 올해 6월 6조514억원으로 49.9% 증가했다. 이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빠른 증가 추세다.

빚을 내더라도 취업 후 이를 상환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20대에게 특히 절망적인 한국의 고용시장은 이들을 연체의 나락으로 떠밀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떨어졌던 전체 고용률은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60%대를 넘어섰지만 20대 고용률 만큼은 2011년 이후 오히려 급락해 한때 56%대로 떨어졌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2년을 넘기기 어려운 비정규직이라면 오히려 연체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이른바 ‘든든학자금’은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상환이 시작되지만 이후 실직하더라도 계속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

‘든든학자금’과 일반상환 학자금 연체자는 작년말 현재 4만4620명에 달한다.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학생 수도 2006년말 670명에서 2014년말 2만231명으로 급증했다. 신용유의자로 등록될 경우 각종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취업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어 빚을 갚기는 더 어려워진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대출 총액을 규제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20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실질적인 소득을 올려주는 정책 필요하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대책 등 노동 조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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