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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진핑의 눈에 비친 항일전쟁 "옛 중국을 탈바꿈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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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동정 대신 기존발언 소개·분석 잇따라

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 행사를 준비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항일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발언들이 대거 공개됐다.

중국 공산당 신문망은 4일 최근 2년간 시 주석이 각종 기념식과 '정치국 집체학습' 회의 등에서 한 관련 발언들을 정리해 소개했다.

시 주석은 최근 열린 제25차 정치국 집체학습 회의에서 항일전쟁 승리에 대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밝은 미래를 개척하고 과거의 중국을 '봉황열반 욕화중생'(鳳凰涅槃, 浴火重生:봉황이 죽었다가 부활하고, 불속에 뛰어들어 새 삶을 얻다)하게 하는 새로운 여정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이 사이트는 전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70년 전 중국인민의 피흘려 싸운 투쟁은 '흉악무도'한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를 물리침으로써 근대 이래 외적의 침략에 맞선 첫번째 완전한 승리를 이뤄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대한 승리는 중국을 식민 노예로 부리려는 일본 군국주의의 기도를 박살 내고 근대 이래 중국이 외부의 침략에 연전연패한 민족적 치욕을 씻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의 반(反) 파시스트 전쟁 승리 69주년' 기념 좌담회에서는 "파란만장한 민족 해방전쟁 과정에서 중국인민은 민족 독립과 인민해방 실현, 인민이 주인 되는 신중국 건립을 통해서야 비로소 진정한 민족 부흥과 인민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도 말했다.

이런 발언은 시 주석이 항일전쟁을 단순한 전쟁 승리에서 나아가 중국이 치욕의 역사를 씻고 부흥을 시작할 수 있는 대전환점이 됐고 그 과정에서 공산당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한 중국 매체는 "항일전쟁의 승리는 전장에서의 승패를 이미 초월했다면서 중화민족의 새로운 시작점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수차례 피력했다.

그는 "역사는 역사이며 사실은 사실로 그 누구도 역사와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누구든 침략 역사를 부정, 왜곡하고 심지어 미화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과 각국 인민은 결코 이를 허용치 않을 것"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 측에 경고장을 날렸다.

시 주석은 최근 열린 정치국 집체학습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설 수 있도록 역사연구와 사료 발굴, 역사교육 강화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9·18사변(만주사변), 7·7 사변(노구교(盧溝橋) 사건) 이후의 항일전쟁 역사 기록을 철저히 연구해 역사적 사실로써 역사를 부인·왜곡· 미화하는 잘못된 주장을 반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항일전쟁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을 겨냥하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이 2차대전 승리와 전후 국제질서 형성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중국인민의 항일전쟁에서의 역사적 역할, 세계에 미친 영향과 비교해 볼 때 항일전쟁 연구는 부족하다"면서 "심도있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중취안(石仲泉) 중앙당사연구실 전 부주임은 "중국 공산당이란 강력한 존재가 항일전쟁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금주부터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동정 보도는 끊어지고 이처럼 기존의 발언을 소개하고 분석한 기사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는 최고지도부와 원로들이 여름휴가를 보내며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3일 개막했다는 중화권 언론의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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