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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수진의 SBS 전망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테니 사이렌 울리고 다니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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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SBS 보도국 화강윤 기자

▷ 한수진/사회자:

지난 주 금요일, 한 사설 구급차가 포천에서 서울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2차로로 가던 승용차가 차로 두 개를 모두 차지하고 구급차 앞을 가로 막은 겁니다. 다짜고짜 차를 막아선 이 승용차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서 구급차 기사에게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당신들 허가 받았어? 이게 지금 허가 받고 하는 거냐고!”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사건을 취재한 SBS 보도국 화강윤 기자와 말씀 나눠 보겠습니다.

화강윤 기자 어서 오십시오

▶ 화강윤 SBS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 화강윤 SBS 기자:

이 사건이 있었던 시간은 저녁 7시 반쯤이었습니다. 포천에서 환자를 싣고 서울로 향하던 사설 구급차를 이 승용차가 막아선 건데요. 포천에서 의정부로 향하는 국도는 왕복 4차로인데 출퇴근 시간에 항상 막히는 길이었습니다. 갈 길은 멀고 차는 막히고. 다행히 사이렌 소리에 양보해주는 일부 운전자들 덕분에 구급차가 갈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차 안에 타고 있던 40대 환자는 전기 시공을 하다가 감전 사고를 당한 근로자였는데요. 왼손에 입은 화상은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전문적인 감전사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이었습니다. 제법 급한 환자였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남자가 왜 차를 막아선 거예요?

▶ 화강윤 SBS 기자:

이 차가 정말 긴급한 차인지 의심스럽다는 거였습니다. 소리를 치며 구급차에 다가간 남성은 처음에는 허가를 받았는지 물어보더니 다짜고짜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남자는 당당하게 자기의 전적을 자랑했는데요. “사람이 탄 게 맞냐. 너희 거짓으로 출퇴근 시간에 사이렌 켜고 다니고. 내가 신고를 두 번이나 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러니까 막히는 길을 빨리 지나가려고 구급차가 환자도 없으면서 시끄럽게 사이렌을 울리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었습니다. 정말 긴급한지 자기가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거였죠. 답답해진 구급대원들은 소리도 치고 설명도 해봤지만 남자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결국 문을 열어 환자를 보여주기에 이릅니다.

▷ 한수진/사회자:

환자를 보여주기까지 했다고요. 그런데 이 환자나 보호자들 참 황당했겠어요.

▶ 화강윤 SBS 기자:

마침 차에 보호자가 없었기에 다행이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환자의 가족들이 동승하고 있었으면 이런 말을 듣고 쉽게 넘어갈 가족이 누가 있나 싶었습니다. 환자를 보고 할 말이 궁색해진 남자는 자신이 보기에 그 환자가 멀쩡해 보이니까 다시 따졌습니다. “이게 위급한 환자냐.” 이렇게 재차 따졌는데요. 동승하던 구급대원이 설명했습니다. “당신 몸에 전기가 흘렀다고 생각해봐라. 감전사고가 났는데 멀쩡하겠느냐. 환자가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 이렇게까지 얘기를 했는데요. 그랬더니 이 남자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당신들 출퇴근 시간에 사이렌 울리고 다니지 마라. 외려 경고하고 자리를 뜹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과를 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 화강윤 SBS 기자:

그렇죠. 이렇게 3분간 행패를 부리다가 차를 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차로 2개를 모두 승용차로 가로막고 이런 짓을 했다는 거예요. 정말 황당한 얘긴데.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 화강윤 SBS 기자:

일단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급차의 분류를 간단히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급차는 크게 보면 소방방재센터에서 운영하는 119구급차와 사설업체가 운영하는 사설구급차로 나눠집니다. 119구급차는 1차로 사고 현장에 먼저 출동해서 응급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옮기는 역할을 합니다. 긴급수술이 필요해 의사가 요청할 경우에만 상급 병원으로 한 차례 더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시 소방서로 복귀해 다음 출동을 대기합니다. 사설구급차는 이와는 다르게 병원간의 이송을 맡습니다. 상대적으로 119구급차보다 긴급도가 적을 수도 있고 적용되는 법률도 다릅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늘 한가한 건 아닙니다. 병원 간 이송이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일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다치는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소방서의 요청에 따라 현장에 응급 출동을 나가기도 합니다. 이번 환자의 경우도 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환자는 왼손에 붕대를 감았을 뿐 큰 외상이 없어 가벼운 환자로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내부 블랙박스를 보면 환자는 그 소란의 와중에도 고개 한 번 돌리지 못했습니다. 구급대원의 말에 따르면 전신주에 흐르는 고압선이 몸을 통과한 이 남성은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제대로 걷지 못했고 오른팔에는 마비가 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감전 사고의 경우 장기손상이 있을 수도 몸속에 남은 전류가 심장박동에 영향을 주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심각한 상황이었네요. 잘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뻔 했는데 이번 사건에 법적인 책임은 없는 걸까요?

▶ 화강윤 SBS 기자:

있지만 큰 편은 아닙니다. 도로교통법 29조에 따르면 모든 차는 긴급차가 접근할 경우 갓길로 피하거나 가장자리에서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피해주지 않은 사실이 녹화되거나 이런 식으로 입증이 가능한 경우 최대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 관할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운전기사가 원할 경우 업무방해혐의로 형사 입건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기사님이 처벌까지는 원치 않았고 다만 이런 일이 알려져서 사설 구급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의사를 전해 왔고요. 119구급차의 경우에는 처벌이 조금 더 무겁습니다. 소방기본법이 적용이 되는데 소방기본법 제21조에 따르면 모든 차와 사람은 구급차를 포함한 소방 자동차의 출동을 방해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을 듣고 보니까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인데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화강윤 SBS 기자: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런 일은 또 있었습니다. 지난 1월에도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를 가로막고 보내주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뇌 병변을 앓고 있는 네 살배기 아이를 싣고 가던 구급차가 급하게 가다 보니 사고를 냈습니다. 접촉사고였는데요. 그런데 승용차 운전자가 사고 수습을 먼저 하고 가라 이러면서 한참 동안 구급차를 보내주지 않았던 겁니다. 또 지난 4월에도 서울 영등포에서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비켜주지 않고 또 외려 구급차 유리창을 치는 등 운전기사를 위협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들어봤더니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였습니다. 구급차 운전자는 말이 안 통하는 택시기사를 직접 붙잡고 환자를 이 경우에도 직접 확인을 시켜줬습니다. 당시 구급차 안에는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는, 그래서 수동식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시켜주고 있었던 중환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그 환자를 보고도 그래도 그렇지 사이렌을 이렇게 울리는 게 어딨냐고 끝까지 항의하다가 차를 몰고 떠났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듣고 보니까 이런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급차를 보면 보통 비켜줄 생각을 하는데 의심부터 했다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은. 그런데 어떤가요? 이런 의심을 하는 데에는 관련된 보도들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사실 일부 사설구급차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잖아요?

▶ 화강윤 SBS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의심은 일부 사설 구급차의 권한 남용에서 비롯됐습니다. 환자가 아니라 연예인을 태우고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차가 막힌다고 사이렌을 울리고 도로를 질주한 그런 사설 구급차 운전자를 봤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남용의 사례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례겠죠. 구급차 운전자들은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환자를 보겠다는 그런 경우는 아니더라도 고의로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거나 위협운전을 하면서 욕설을 하는 그런 경우는 자주 겪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남자의 경우에도 본인이 한 말에 따르면 최소한 두 차례는 이렇게 막무가내로 길을 막아섰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적발한 사례가 두 차례니까 이런 단속 활동을 얼마나 더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무리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해도 있다고 해도 구급차 통행을 막는 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되겠죠?

▶ 화강윤 SBS 기자:

네 그렇습니다. 99대의 구급차가 이렇게 권한을 남용해서 다닌다고 해도 우리는 1분 1초라도 앞당겨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단 1대의 구급차를 위해서 길을 터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통 불편 때문에 한 사람의 생명을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요.

▶ 화강윤 SBS 기자:

설령 빈 구급차라고 하더라도 그 구급차가 재난 현장에 지금 출동을 가고 있는 차일 수도 있고요. 그 구급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병원으로 급하게 가는 차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명이 달린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1분 1초가 영원처럼 긴 시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배려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BS 보도국 화강윤 기자였습니다.

▶ [단독] "위급한 환자냐고!" 구급차 막고 행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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