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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동아시안컵] 우려한 ‘젊음’, 최고의 경쟁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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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중국전 베스트11의 4명이 A매치 첫 출전이었다. ‘막내’ 권창훈(수원)을 비롯해 이종호(전남), 김승대(포항), 임창우(울산)에게는 A매치 데뷔 무대였다. 홍철(수원)과 이재성(전북), 김주영(상하이 상강)의 A매치 경험도 한 자릿수다.

국제 경험이 부족한 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었다. 이번 대회를 세대교체를 대비한 무대로 삼았다. 1990년 이후 출생자가 대다수였다. 나이와 실력, 그리고 경쟁력은 별개였다. 그리고 국제경험은 쌓으면 됐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 과정으로 여겼다.

실험이었다. 하지만 실적도 따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재능과 잠재력은 있지만)국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발탁했다. 그들이 경기장에서 얼마나 가진 기량을 펼칠지가 궁금하다. 이 부분을 확인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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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일 열린 2015 EAFF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김승대와 이종호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사진 오른쪽)의 신선한 변화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면서 국제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확실한 건 이번에 뽑힌 선수들은 (국제경험이 부족해도)누구보다 의욕이 넘치며 자신감이 가득하다”라고 말했다. 그 믿음에 보답한 ‘젊은 슈틸리케호’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밝혔듯 중국은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혔다 홈 텃세를 갖고 있는 데다 4개국 가운데 가장 100% 가까운 전력을 가동했다. 장린펑(광저우 헝다), 장청둥(라요 바예카노) 정도를 빼면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그러나 유럽파가 빠져도 슈틸리케 감독의 색깔은 바뀌지 않았다. “하나의 팀으로 단결돼 조직력으로 승부하겠다”던 포부대로였다. 한국은 중국을 맞아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주도권을 잡고 밀어붙였다.

중국의 ‘3대 화로’로 꼽히는 우한의 무더위도 젊은 태극전사의 투지를 막지 못했다. 많은 활동양 속에 강한 압박으로 중국을 괴롭혔다. 들뜬 듯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플레이가 안정됐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 젊은 선수들이 일을 냈다. 이재성, 이종호, 권창훈, 김승대 등 2선에 위치한 이들은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중국의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36분이 되어서야 첫 슈팅이 터졌지만 그 시발점으로 폭발했다. 권창훈의 헤딩 슈팅과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중거리 슈팅으로 위협하더니 전반 종료 직전 김승대가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골을 터뜨렸다.

젊은 선수들의 합작품은 또 하나 완성됐다. 이번에는 예술성까지 갖췄다. 이재성이 오른 측면에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전진 패스한 걸 김승대가 왼쪽으로 툭 내줬다. 쇄도하던 이종호가 골키퍼가 달려든 걸 보고 재치있게 볼을 띄워 따돌리더니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다.

김승대와 이재성의 A매치 첫 골. 누구보다 가장 도드라졌던 이재성까지 더해 지난해 28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의 주역들이 ‘성인무대’에서도 눈부셨다. 성공적인 첫 선이었다. 국제경험 부족은 전혀 걸림돌이 아니었다. 한층 자신감까지 더해지며 플레이는 한층 톡톡 튀었다. 그리고 경쟁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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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일 열린 2015 EAFF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김승대와 이종호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베스트11 가운데 4명이 A매치 첫 출전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중국은 힘을 못 썼다. 무기력했다. 그리고 치욕적이었다. 5년 전 같이 다시 한 번 한국을 꺾겠다던 콧대가 꺾였다. 중국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습게 됐다. 최근 한중전 치고 가장 명확하게 승부가 기울어진 한판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대로였다. 젊은 태극전사는 낯선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방적인 응원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강심장이었다. 그리고 승리라는 결실까지 맺었다. 실험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한판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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