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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흰 가운 입고 의사 행세…'…사무장 병원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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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없이 엑스레이 찍고 깁스 등 정형외과 업무까지

인천지검, 의사 2명·병원 실운영자 3명 기소

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연매출 100억 원대 의료장비 납품업체를 운영하던 A(41)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B(52)씨에게 올해 초 병원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인천 영종도에서 소아·피부과를 운영했지만 의료사고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중이었다. 쌓인 빚만 18억원이었다.

A씨는 각종 의료시설과 내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B씨의 빚을 자신이 떠안고 해당 병원을 지난 2월 인수했다. B씨 병원 외에도 바로 위층을 추가로 사들여 정형외과도 열었다.

의사 면허가 없는 A씨는 월급 1천만원을 주고 B씨를 고용한 뒤 병원 명의자는 계속 B씨로 남겨뒀다.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 형태였다.

A씨는 또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C(44)씨를 행정원장으로 앉혔다.

C씨는 병원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며 자신은 필리핀 의대를 나온 것처럼 행세했다. 의사 면허뿐 아니라 방사선사 면허도 없이 흰 가운을 입고 환자들을 상대로 엑스레이(X-ray) 촬영을 직접하고 깁스 등 정형외과 업무도 병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무장병원 운영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첩보를 입수한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 4천400여만원을 받아 챙긴 상태였다.

검찰은 또 경찰에서 송치된 병원비품 납품 관련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무장 병원을 적발했다.

이 병원을 운영한 실운영자도 신용불량 상태인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검 형사4부(최영운 부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달간 지역 내 사무장병원을 집중 수사해 A씨 등 병원 실운영자 3명과 의사 1명 등 총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의사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186개였던 국내 사무장병원은 지난해 250개로 크게 늘었다.

공단이 적발된 사무장병원을 대상으로 환수를 결정한 금액도 같은 기간 719억원에서 3천681억원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검찰은 의사 윤리가 없는 비의료인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금을 빼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은 건강보험 부실을 부르고 보험료 상승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의료인이 아닌 병원 실운영자는 앞으로도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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