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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버지 vs 차남’ 대결로 재편된 롯데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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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대 신동빈’ → ‘신동빈 대 나머지 일가’ → ‘신격호 대 신동빈’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차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의 대결 형국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건이 처음 터진 지난달 27, 28일까지만 해도 장남과 차남 간의 ‘형제의 난’으로 전개되는 듯 했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설득해, 동생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해임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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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반전했다.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총수 일가들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진영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나머지 가족들은 지난달 30, 31일 사이 모두 귀국해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었다. 신동빈 회장을 따돌리고 나머지 가족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연다고 볼만한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육성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분쟁은 점차 ‘신격호 대 신동빈’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7월 17일자 문서를 공개했다.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이틀만에 만들어진 문서다.

신 총괄회장이 글씨를 쓰지는 않았지만 서명을 하고 도장도 찍었다는 게 문서를 공개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문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직인도 찍혀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27일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신 회장 등을 해임한 것이 아버지의 결정이라는 내용의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녹음에서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다카유키 사장)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신 전 부회장에게 물었고,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사장을 맡고 있다”고 답하자 다시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되물었다. 이어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덧붙였다.

신 전 부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아버지의 뜻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라고 말해, 자신이 아버지를 설득해 동생을 해임토록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사장이 “(신 총괄회장은) 동주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차남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하면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롯데그룹은 “경영권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여러 정황과 증거를 뒤집을만한 자료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인 직무대행이 실은 ‘중립’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중립이다”라고 확인해 준 상황이고, 신동인 직무대행은 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립임을 밝혔다.

아직 신격호 총괄회장은 자신의 의중을 직접 밝힌 적이 없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대결 구도는 아버지와 차남의 갈등으로 짜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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