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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호주 워킹홀리데이 여성들, 농장주들의 성폭력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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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워킹홀리데이(워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외국의 젊은 여성들이 체류연장 비자를 얻는 과정에서 농장주들의 성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연합뉴스가 ABC방송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ABC방송은 퀸즐랜드주 반차별위원회(ADCQ) 케빈 콕스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이들 여성이 호주 정부의 무관심 아래 자신들이 일하는 농장주로부터 노골적으로 성행위 요구를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호주 워홀 프로그램은 관련 비자 취득자에게 1년간 머물 기회를 주면서 체류기간을 1년 더 연장하려면 세컨드 비자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세컨드 비자를 받으려면 정부가 지정한 지역 및 업종에서 약 3개월 일하고 업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업주들이 관련서류에 해야 할 서명을 차일피일 미루며 성행위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콕스 위원장은 “지역민들이나 경찰, 다른 정부기관들을 통해 직간접적 사례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조사활동을 벌인 퀸즐랜드 남동부 로키어 밸리 지역에서만 지난 18개월 동안 최소 12건의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퀸즐랜드 경찰 대변인도 일부 농장주들이 권리를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시인하면서 “현실적으로 워홀 참가자들로서는 경찰에 호소하기도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 다프네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다프네는 농장에 들어가 과일을 따는 일을 했지만 몇몇 농장주가 일한 날들에 대해 서명을 거부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방송에 전했다. 다프네는 “지난주에도 한 농장을 찾았을 때 함께 잠을 자야만 비자 신청서에 서명해줄 수 있다는 노골적인 말을 듣고 그곳을 나왔다”면서 비자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아 어느 정도 성희롱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호주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피해 여성들이 농장주들을 경찰이나 이민 당국에 신고하더라도 농장주들이 계속 워홀 참가자를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현재로서는 이들 농장주를 배제할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콕스 위원장은 “성희롱을 겪은 사람들이 우리 쪽에는 알려주더라도 경찰이나 이민부 쪽에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며 혹시나 비자 연장이 안 될 것으로 우려하거나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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