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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201개 IT 품목 무관세..수출에 藥일까 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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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수출 ‘선택과 집중’ 필요..선진국·中에 ‘샌드위치’ 위험

201개 무세화 품목, 對 美·日·EU 적자폭 확대 가능성

中 시장서 선진국과 같은 조건에 경쟁..한·중 FTA 무색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협상 타결로 TVㆍ라디오ㆍ카메라ㆍ모니터 부분품, 셋탑박스 등 201개 정보기술(IT) 품목의 관세가 이르면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관세철폐 기간은 최장 7년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1996년 1차 ITA 협상에 따른 최대 수혜국이었던데다, 올 들어 수출이 7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품질향상 등 산업경쟁력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액정표시장치(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차전지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이 빠진데다, 상당 수의 품목이 이미 한·미 및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들도 같은 위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나마 한·중 FTA를 통해 점하고 있던 상대적 우위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IT 수출 ‘선택과 집중’ 필요..선진국·中에 ‘샌드위치’ 위험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이번 WTO ITA 협정에서 무세화를 합의한 201개 품목을 총 1052억 달러 어치 수출했다. 수입은 670억 달러 규모로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38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수출 427억 달러, 수입 135억 달러로 292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아울러 일본, 미국, EU, 대만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의 교역에서도 수출 430억 달러, 수입 139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 292억 달러 흑자를 시현했다.

201개 IT 품목의 세계 시장 규모가 총 1조 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향후 우리 IT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일본(-86억 달러), 미국(-39억 달러), EU(-34억 달러), 대만(-44억 달러) 등 주요 선진국들과의 교역에서는 우리가 판 것보다 사온 금액이 더 많다.

이들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의료기기와 계측기기로, 이번 무세화 201개 품목에도 포함된 것들이다. 일본과 EU에서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렌즈 등 광학기기 등을, 미국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등을 주로 수입했다.

미국과 EU의 경우 201개 품목 대부분이 FTA를 통해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다, 수입이 더 많아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은 FTA를 체결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만성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에 무세화되는 대다수 품목은 우리가 주력으로 삼는 품목이 아닌데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엔 FTA를 통해 이미 관세가 철폐돼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中 시장서 선진국과 경쟁..한·중 FTA 무색

정부는 201개 품목에 한·중 FTA에 포함되지 않은 25개 품목이 추가된데다, 최소 94개 품목이 한·중 FTA 대비 관세 철폐가 빨라져 침체된 우리 수출에 활력을 넣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IT 수출국이다.

그러나 이 역시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주력 대중(對中) 수출 품목인 LCD, OLED, 2차전지 등이 중국 측의 강력한 반대로 201개 품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반도체를 양보하긴 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오히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쟁국들과 동일하게 무관세 혜택을 받게 돼 한·중 FTA를 통해 확보한 유리한 고지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중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IT 시장에서도 선진국들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전화와 LCD 패널의 대일(對日) 수출 경쟁에서 중국에게 6년 만에 추월당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 효과마저 사라지면 최첨단 분야는 선진국들에게 기술력에서 뒤처지고, 중국에게는 가격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IT 분야에서 어떤 시장을 내주고 어떤 시장을 가져갈 것인지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과 품질향상 등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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