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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성근, "투수 혹사? 싸움에는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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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지금 우리나라 야구는 3~4점 갖고 안 된다. 바깥에서는 혹사라고 비난하지만 그건 단면만 보고 있는 것이다".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지난달 31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혹사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올 시즌 내내 한화는 불펜 필승조 투수들의 잦은 등판과 많은 투수 교체 그리고 선발투수 퀵후크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2군 투수 관련 질문에 대답을 하다 스스로 혹사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지금 우리나라 야구에서 3~4점으로 안심할 수 없으며 야구의 흐름과 싸움에는 원칙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3~4점 갖고 안심 못해
김 감독은 "에이스급 투수들이 나와도 요즘 타자들에게 얻어맞는 판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투수들을 올리면 4~5점 순식간에 준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야구다. 1번부터 9번까지 전부 홈런을 치는데 세계 어디에도 이런 야구는 없다. 지금의 우리나라 야구가 그렇게 바뀌었다"며 "투수를 운용하는 건 팀마다 사정이라는 게 있다. 바깥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이끌어가는 건 다르다"고 혹사 논란에 대한 답답한 속내를 밝혔다.

비단 한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KBO리그 전체가 안고 있는 것이 바로 투수난이다. 김 감독은 "완투하는 투수가 몇 명 없다. 7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발도 얼마 없다. 어느 팀이든 투수가 모자라다. 선발도 그렇고 7~8회에 쓸 투수가 없다. 올해처럼 신인투수들이 대거 던지는 해가 없었다. 선수가 많아도 (승부처에) 쓸 수 있는 투수는 부족한 것이다"며 "타격은 연습하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2000~3000개씩 배팅을 하면 되는데 투수는 그럴 수 없다. 타자들의 파워와 기술이 모두 올라와 있어 언제 어떻게 승부가 바뀔지 모른다. 5점차는 우리나라에서 작은 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5점차 이상 벌어져있는 상황이라도 혹시 모를 추격의 불씨를 확실히 잠재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자가 나가고 쌓이면 결국 권혁을 써야 한다. 그럴 바에야 주자 없을 때 권혁으로 간단하게 끝내는 게 낫다. 길게 끌 필요가 없다. 벤치에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마무리투수 뒤에 나올 투수가 없다. 권혁도 최근 8경기 중 실점을 내주지 않은 게 2경기밖에 안 될 정도로 타자들이 잘 친다. 넥센 손승락도 150km를 던지지만 맞는다. 경험이 없는 투수들로 그런 상황을 막을 수 있겠나"라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 싸움에는 원칙이 있다
김 감독은 싸움의 원칙도 이야기했다. 그는 "상대방에게 내일 경기에 대한 기대를 주면 안 된다. 그게 싸움의 원칙이다. 지더라도 쫓아가면 내일 힘이 된다. 우리가 이기더라도 몰리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지론은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며 "승부라는 건 안 싸우고 이기는 게 베스트다. 그 다음에 손해를 안 보고 이기는 것 그리고 상대방에게 희망을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넉넉히 앞선 경기에도 필승조 투수들을 투입하는 이유다.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우리나라 야구 풍토에도 김 감독은 일침을 가했다. "선수에게 여건을 맞춰놓고 하는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왜 마무리를 3점차 리드에서만 내야 하는가. 여유 있을 때 바꿔서 확실하게 끝내야 한다. 미국도 마무리가 4~5점차에 나와서 많이 던질 때가 있다. 우리처럼 요건에 맞춰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착각 속에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이 편하게 이기는 것에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 팀보다 먼저인 선수 없다는 게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김 감독은 "중간투수도 선발처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럴 만한 팀이 얼마나 있나. 같은 왼손이라도 쓰는 토막이 다른데 지금은 어느 팀도 투수가 모자라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며 "바깥에선 단면만 보니까 혹사라고 비난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장에서의 마운드 운용은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며 밖에서는 단편적으로만 보고 평가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표정과 목소리는 단호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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