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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밤낮 `후끈후끈`…찜통더위 건강하게 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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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장마가 물러가고 찜통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더위가 지속되면 낮에는 일사병, 열사병에 노출될 수 있고, 밤에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게 된다. 지난달 31일 질병관리본부는 "사흘새 불볕더위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 넘는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되는 폭염이 발생하면 고혈압·당뇨병·만성 신부전 등 만성질환 환자들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하버드의대에서 조사한 결과, 여름철 기온이 평균보다 1도 오르면 당뇨병과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률이 약 10%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심장학회 연구에서도 기온이 32도 이상일 때 뇌졸중은 66%, 관상동맥질환은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신길자 교수는 "지나치게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땀으로 인한 탈수 증상과 급격한 온도 변화에 따른 심장 과부하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고혈압을 비롯해 당뇨병, 만성 신부전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한낮 외출을 삼가고,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와 수분 섭취 등 폭염에 대비하는 생활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폭염이 지속되면 밤에는 '열대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열대야는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밤에 무더위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낮에도 피로하고 몸에 활기가 떨어져 무력감마저 느끼게 된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밤에도 고온 다습한 기온이 30도 이상 유지되면 중추신경계 중 체온과 수면각성을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자극되고 이로 인해 과각성(자극에 대해 정상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상태)이 이어져 잠을 자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만성적 수면장애는 우울증, 불안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을 부른다. 또 신체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이어져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계 질환 등 각종 질병에 잘 걸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저녁에 숙면을 취하려면 무엇보다 침실 온도를 섭씨 25~26도 정도로 낮추는 것이 좋다"며 "실내외 온도 차이가 너무 나면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자극돼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열대야에 시달려 잠을 잘 자지 못했더라도 아침에는 일정한 시간에 일찍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낮잠은 20분 이상 자지 않으며, 특히 불면증이 있는 경우에는 졸리더라도 낮잠을 오랫동안 자지 않는 것이 밤잠을 잘 자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거나 야식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다.

매일경제

무더위가 계속되면 고혈압, 당뇨병,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폭염이 계속되면 혈액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아래 모세혈관으로 집중되는데, 이럴 경우 표면 순환 혈액량을 늘리기 위해 맥박이 빨라지면서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또 체내 혈액이 피부 쪽에 몰리다 보니 장기나 근육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과부하되며 혈압도 오를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들은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확장된 혈관이 찬바람을 맞으면 갑자기 수축되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한다. 뜨거운 온욕 역시 혈압을 오르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하고 냉방기를 사용할 때는 실내외 기온 차이가 4~5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동은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탈수는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어 야외활동을 할 때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도 무더위에 탈수 현상이 나타나면 급성 당뇨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시원한 청량음료나 빙과류, 과일 주스 등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분 함량이 많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피하는 게 좋다. 수박이나 포도, 망고, 참외 등의 당도 높은 과일도 1~2조각 이상은 먹지 않도록 한다.

홍영선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수분 섭취를 위해서는 냉수가 가장 좋으며 보리차나 시원한 녹차 등도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만성 신부전 환자도 여름을 나기 쉽지 않다.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과일과 야채다. 콩팥기능이 떨어진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칼륨의 배설 능력이 떨어져 수박, 바나나,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과 토마토, 호박, 감자 등 칼륨 함량이 높은 야채를 많이 먹게 되면 근육 쇠약, 부정맥은 물론 심하면 심장 마비까지 유발할 수 있다. 복숭아나 사과, 오이, 무 등은 상대적으로 칼륨 함량이 적은 편이다. 수분 섭취 역시 주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맹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위험할 수 있다. 물은 하루에 1ℓ 이내로 섭취하도록 하고 물을 마시고 붓는 증상이 심할 때는 주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식중독도 주의해야 한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비브리오 패혈증 발병 위험이 높아 여름철에는 생선회와 같은 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칼륨의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섭취하면 혈청의 칼륨 농도가 상승해 근육의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 등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덕희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더운 날씨에 몸이 지치기 쉽고 평소 식사와 생활 습관 관리를 철저히 하던 사람들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날씨가 더워질수록 생활 습관 관리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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