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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토요 FOCUS] 한자리에 모인 19대 의원들…의원 숫자 더 늘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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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19대 국회의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국회의원 단체 기념사진은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처음이었으며 구속 수감·해외 출장 등으로 정원 300명 가운데 282명이 참석했다. [매경DB]


국회의원은 국민이 고용한 대리인이다. 국민이 뽑고 그들이 쓰는 모든 경비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국민이 그들을 뽑아 일을 맡기는 순간 매년 7억원의 돈을 주겠다는 약속도 같이한다. 기업으로 따지자면 오너와 고용인 관계다. 갑을 관계로 따지면 국민이 갑, 국회의원은 을이다. 국민은 매년 세금을 내 고용계약을 충실히 이행한다. 일을 아무리 못해도 주기로 한 돈은 혈세를 털어준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가는 순간 상황은 반전된다. 뽑아주고 월급을 주는 사람들을 잊어버린다. 일할 때는 국민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운다. 쓸 돈도 자신들이 모여 바꿔버린다. 급기야 국회의원 숫자를 현재보다 90명이나 늘리자는 얘기도 나왔다. 자신들을 고용하고 월급을 주는 국민에게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명백한 고용인의 월권행위다. 국민의 여론은 따갑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의원 한 명에게 지원되는 직간접적 경비는 1년에 7억원에 달한다.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회의원에 한 번 당선되면 일을 하건 안 하건, 잘하건 못하건 임기인 4년간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지급된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은 국회의원이 회기 중 결근하거나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급여가 삭감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이 임기 중 불법행위로 감옥에 가더라도 경비 일체가 지급된다.

국회의원에 들어가는 비용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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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명시돼 있는 대표적인 비용이 국회의원 세비다. 세비는 매월 지급되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급식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와 1년에 두 차례 받는 정근수당, 명절휴가비로 구성돼 있다. 통상 1억4736만원이라는 것이 국회사무처 설명이다. 정부부처 장관(1억6303만원)과 차관(1억4268만원)의 중간선이다. 의원 간에도 차이는 있다. 국회의장은 일반 의원보다 1156만원, 부의장은 626만원을 수당으로 더 받는다고 국회의원 수당법에 명시돼 있다.

경비 일체도 지원된다. 전화, 우편 같은 공공요금에 차량 유지비와 철도, 항공기 등 출장 지원비를 지급받는다. 정책개발비도 있다. 이 실비 지원액을 모두 합했을 경우 의원 1인당 연간 9010만원 선인 것으로 국회사무처는 집계하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나 상임위원장 등이 받는 직급 별봉은 특별한 규정이 없다. 때문에 구체적인 액수도 알려지지 않았다. 양당 원내대표는 운영비, 상임위원장은 직급 보조비나 월정 직책급 등을 국회사무처를 통해 받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의원별 지급액은 알 수 없지만 힌트는 있다. 올해 예산에 국회 특수활동비로 88억9817만원이 배정돼 있는데 현 정원이 298명인 점을 고려할 때 1인당 평균 2985만원에 달한다.

해외 출장도 실비로 지원한다. 올해 의원 외교활동 예산은 66억3200만원이 책정됐는데 1인당 연간 2210만원꼴이다. 아울러 차관에겐 허용되지 않는 공항 귀빈실과 공항 내 VIP 주차장을 의원들은 이용할 수 있다.

또 의원회관에 사무실을 지원하는데 그 규모는 149~163㎡다. 시가로 계산한 렌트비와 운영비 등을 합하면 연간 4200만원이라는 것이 자유경제원 주장이다. 이와 별도로 의원만 누리는 것도 있다. 바로 보좌진이다. 국회의원은 4~9급 보좌진 7명을 두고 있는데 이들의 연봉 총액은 3억9811만원이다. 인턴까지 포함하면 4억2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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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생활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의정활동'이라는 명목하에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우리 국민이 지원하는 금액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리인인 점을 고려할 때 통상 비교 잣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로 따진다. 자유경제원 등에 따르면 1인당 GDP 대비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한국이 5.2배로 일본 5.6배에 이어 높은 편이다. 이는 미국 3.4배, 독일 2.9배, 영국 2.6배, 프랑스 2.6배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주변 경비까지 포함하면 외국과의 차이는 더 커진다. 스웨덴의 경우 개인보좌관 제도가 없다. 일본은 의원당 3명까지만 둘 수 있다.

정작 큰 문제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회의원 세비를 결정하는 외부기구도 없고 잣대도 없다는 점이다. 영국 스웨덴 캐나다 싱가포르 스페인 국회는 세비 결정권을 외부에 맡기고 있는데 국회는 이들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거부할 권한이 없다. 특히 영국은 2009년 의회규범법을 개정해 의회규범기구를 외부에 설치하고 이들에게 고위 공무원 급여를 고려해 의원 급여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미국은 국회가 결정하지만 고용비용지수(ECI)에 연동되도록 했다. 독일도 의원이 결정하지만 법관, 시장, 군수 급여에 준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도 고위공무원 봉급표를 준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경비를 법과 예산을 통해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NGO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우리 국회는 잡히지 않는 소득인 상임위 활동비나 특수활동비로 지원받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회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은 세비를 결정할 때 외부기구에 맡기거나 준거집단을 참조하는 데 반해 우리는 국회 스스로 결정하면서도 아무런 잣대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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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빛이 곱지 않다 보니 여야도 저마다 혁신을 표방하며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를 위한 개혁을 추진했다. 작년 9월 새누리당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위원회를, 새정치민주연합은 4선 중진 원혜영 의원이 이끄는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각각 꾸렸다.

보수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가결로 간주하고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 시 현행 무기명 투표를 기명 투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모으는 대표적 통로인 출판기념회 폐지도 주장하고 나섰다.

야당도 지지 않았다.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국회의원 수당 산정을 국회의원이 아닌 외부인사에 맡기는 안을 내놨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산정을 위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의원수당등산정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하기로 것이다.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여야 혁신위원회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세비 동결안은 결국 결실을 봐 2014년에 이어 올해도 세비는 동결됐다. 정치권의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을 막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외부에 두는 개혁안도 통과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획정위가 설치됐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이 높은 개혁안은 결국 통과되지 않거나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안은 결국 입법되지 않았다.

황영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이나 후보자·예비후보자는 집회의 형태나 다수를 초청하는 형태로 일정한 장소에서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등 대가성 금전을 받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4월에 한 번 상정됐을 뿐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덕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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