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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만히 있을거냐” 신격호 육성에… 동빈측 “대본 읽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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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후계 분쟁]

신동주, 대화 공개 ‘대대적 여론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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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회장 임명” 신격호 서명 문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31일 공개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문서. KBS 화면 캡처


31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은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시킬 것을 명한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를 공개한 바 있다. 하루 만에 내용은 지시서와 비슷하지만 더 자극적인 육성 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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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34층의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둘은 일본어로 얘기했다. 이 자리에서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라고 물었다. 27일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롯데홀딩스를 찾아 해임하라고 한 쓰쿠다 사장의 이후 상황을 물은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이 못 그만두게 하고 있다”고 말하자 신 총괄회장은 격한 목소리로 “강제로 그만두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쓰쿠다 사장을 해임한 이후 “잘 부탁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신 총괄회장은 “다른 데 가서도 잘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해임한 사람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판단력이 온전치 못한 것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해서 신 전 부회장이 관련 내용을 유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어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이 아버지를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했다”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 거냐?”고 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의 음성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너무 대본처럼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의도를 가지고 녹음했다는 것이다. 또 “경영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녹취라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총괄회장의 의중이 그룹 경영에 중요하다 하더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해임 지시가 효력이 없다는 의미다.

녹취를 보면 신 총괄회장은 27일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 쓰쿠다 사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의 해임을 지시한 이후 벌어진 상황은 인지를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신 회장이 이사회를 열어 전날 신 총괄회장의 해임 지시를 무효화하고, 역으로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한 일을 몰랐던 것이다.

31일은 신 총괄회장의 부친 고 신진수 씨의 제사였다. 신 전 부회장 부부와 함께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 15명이 참석했다. 신선호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서도 “큰 스테이크 하나를 다 드시곤 한다”며 이상설을 부인했다.

한국에서 ‘반(反)신동빈’ 일가의 여론전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신동빈 회장은 조부의 제사가 있는 31일에도 귀국길에 오르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의 육성 파일까지 공개되며 신동빈의 롯데는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현재 일본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된 이후 6개월 동안 공백이 있었던 비즈니스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8월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 대비해 투자자들을 만나 우호 지분을 다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주말을 일본에서 보내고 3일 귀국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책사로 알려진 롯데 계열사 사장은 “(신 회장이) 월요일 귀국할 것”이라면서 “언론에 다 났는데 (신 회장이) 가만히 있겠느냐. 들어오면 무언가 하지 않겠나”라며 신 회장이 귀국 후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김성모·손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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