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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불볕더위에 사흘 새 4명 사망 … 젊은 사람도, 흐린 날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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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등 환자 22%가 2030세대

갈증 안 나도 자주 물 마시고

열대야 땐 단맛 나는 과일 먹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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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회사원 김혜영(34·여)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아찔한 경험을 했다. 길을 걷다 갑작스레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러움을 느껴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휴가를 맞아 여동생과 서울 시내에서 쇼핑하던 중이었다.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열사병 증세’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날 서울의 수은주는 33도까지 올랐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김씨와 같은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보고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 446명 중 최근 2주간 발생한 환자가 213명이다. 지난달 28일 올해의 첫 열사병 사망자(34세 남성)가 나왔다. 최근 3일 동안 79세·87세 여성과 70세 남성 등 총 4명이 더위 때문에 숨졌다. 열사병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됐을 때 몸 속의 열을 내보내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생기는 일사병과 달리 열사병은 흐린 날에도 걸린다.

노인층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올해의 온열질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50대(102명)가 23%로 가장 많았고, 40대(67명)가 뒤를 이었다. 30대(50명)와 20대(46명) 환자도 적지 않았다. 20·30대가 전체의 21.5%다. 박민선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체력이 약하다 보니 더위에도 더 약하지만, 젊을수록 맥박이 빨라지는 등 더 예민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젊은 층 중에도 체력 좋은 이들은 근육량이 많아 이상증세를 뒤늦게 느끼게 되는데 그러다 폭염 사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병관리본부 기후변화대응TF 곽진 팀장은 “낮 12시~오후 5시 사이 야외 활동을 삼가는 게 좋고 냉방 안 되는 실내도 위험하니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선 근로자들을 자주 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박 교수는 “갈증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한두 모금씩 마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단맛이 나는 과일을 몇 쪽 먹으면 잠을 부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각 지역에 내려진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는 주말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주말 내내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서울·강릉·청주·광주·대구·부산·제주 등에는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스더·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이에스더.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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