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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원·달러 환율 ‘가파른 상승’… 어디까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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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들어 상승 거듭 1170원대 치솟아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는 동안 ‘나홀로 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11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들어 상승을 거듭하며 1170원대로 치솟았다.

31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오른 117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6월12일 1170.5원 이후 3년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신음하던 수출기업들에게 환율 상승은 ‘가뭄에 단비’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기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주목해 환율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코리아’에 본격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발 강(强)달러 기조

최근 환율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뚜렷한 언급은 없었지만 9월 또는 12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강달러 기조 속에서도 원화 가치 하락은 유독 두드러진다. 서울 외환시장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29일∼7월28일) 사이 원·달러 환율은 4.1% 상승(절하)했다. 이 기간 유로화와 엔화의 절하폭은 각각 1.0%, 0.8%에 그쳤다. 원화보다 가치가 더 떨어진 통화는 러시아 루블(-7.2%), 브라질 헤알(-7.0%), 칠레 페소(-6.3%) 등 5개국 통화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는 모두 주요 원자재 수출국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 폭락이 통화가치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김가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워낙 변동성이 크게 움직이다 보니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이 차익을 실현해서 나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수출 기대만큼 늘지 않을 듯

원화절하 기조에 수출기업들은 숨통이 트일 듯하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과 어느 정도 가격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원화는 그동안 나홀로 강세를 보여 수출기업의 애를 태웠다. 2012년 7월27일 이후 지난 28일까지 3년간 주요 통화의 미 달러화 통화가치 하락률은 러시아 45.6%, 브라질 39.9%, 일본 36.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2.2%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은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원화 가치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통화도 달러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만큼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경제가 만성적 수요부진 상황인 것도 환율 상승 효과를 작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 자본 이탈 조짐

환율 상승에 따른 가장 큰 걱정은 외국 자본의 이탈이다. 최근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 매도 공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1조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달에도 약 1조500억원어치를 팔았던 외국인들은 한 달 사이에 순매도량을 70% 이상 늘린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한 달 동안 75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외국인이 본격 ‘셀코리아’에 나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가현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한 국가라 외국인들이 중장기적으로 강하게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이미 충분히 반영된 만큼 환율이 추가 급등세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시장분석팀장은 “그동안 (다른 통화와 비교해) 원·달러 환율만 상승폭이 컸다”며 “2012년 고점인 1185원 정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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