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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월드리포트] 중국서 사형 위기 몰린 '미스'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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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중국 남방의 최대 도시인 광저우시 국제공항으로 벽안의 한 외국인 여성이 입국했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의 그녀는 한 눈에 봐도 범상찮은 미모의 소유자였습니다. 콜롬비아의 안티오키아 주 미인대회 우승자 출신으로 톱 모델로 활동중인 올해 22살의 로페즈였습니다. 자기 이름을 건 TV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콜롬비아의 국기인 축구 선수로도 활약하는 등 그녀는 명실공히 콜롬비아의 명사였습니다. 그녀의 중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자신이 꾸리고 있는 패션 사업에 쓸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여러 차례 중국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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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대를 통과하던 그녀를 공항 검색요원이 멈춰 세웠습니다. 그녀의 노트북 안에서 위험한 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노트북 부품 안쪽으로 은밀하게 상당량의 마약이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로페즈는 마약밀반입 혐의로 곧바로 중국 당국에 수감됐습니다. 그녀는 다음 주 세계 미인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로페즈는 발견된 마약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특히 그의 조국이 남미 최대 마약 소굴로 유명한 콜롬비아라는 점이 작용했을 지도 모릅니다. 현재 중국에는 마약 운반 및 유통 혐의로 구금중인 콜롬비아인이 138명이나 되고 이 가운데 12명은 사형 선고, 11명은 종신형을 선고 받은 상태입니다.

며칠간 소식이 끊기자 콜롬비아의 가족들은 수소문 끝에 로페즈에게 일어난 악몽 같은 일을 알게 됐습니다. 가족들과 콜롬비아 외교부는 베이징의 콜롬비아 대사관을 통해 로페즈에 대한 법률적인 조력을 제공할 것임을 밝히는 한편, 중국 사법당국의 선처와 객관적인 수사와 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중국 사법 당국에 압력 아닌 압력을 행사하고 나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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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약범죄에 대해서 만큼은 서슬퍼런 법 집행을 보여줬던 중국 정부이고 보면 마약 사범이 미인 대회 출신 외국인 유명 인사라고 예외를 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중국 형법 347조는 ‘1㎏ 이상의 아편, 50g 이상의 헤로인과 필로폰을 밀수·판매·운반·제조할 경우 1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적, 성별, 나이 등 등 어떤 예외 조항도 없습니다. 로페즈 측이 극적으로 증거를 찾아 혐의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사형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외국인들까지 사형시키는 단호함으로 외부로부터의 마약 유입을 꼭꼭 틀어막겠다는 건데 사실 중국이 직면한 마약 위기는 내부적으로 심각합니다. 최근 중국에서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국 국가금독(禁毒)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중국 마약 형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등록된 마약중독자는 295만5천 명이나 됩니다. 등록된 마약 중독자란 공안 당국에 의해 체포돼 기록이 남은 사람을 의미하는데 2014년에만 신규 등록자가 48만 명이나 됐습니다. 18세 미만 2만9천명, 18~35세 165만9천 명, 35세 이상 126만7천 명 등으로 35세 이하가 전체 중독자의 57.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약에 빠지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당국에 의해 파악된 숫자만 300만에 육박하는 만큼 실제 마약 중독자는 최대 5천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총 인구와 맞먹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또 하나 특기할 사항은 예전에 주로 외국에서 밀수되던 마약이 최근에는 중국 내에서 자체 생산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전통 마약 대신 값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 주사가 아닌 구강으로 복용이 가능한 합성 마약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넓은 중국 대륙 구석구석에 산재한 화학공장에서 은밀하게 합성 마약이 생산돼 유통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앞서 말씀드린 등록 마약중독자 가운데 합성 마약 중독자는 145만9000명으로 전체의 49.4%를 차지했습니다.

영화배우 성룡의 아들 등 유명인 가족의 마약 범죄 연루 사건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외국인 미녀 마약사범의 처리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일벌백계'를 고수해온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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