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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롯데 '형제의난' 승부처… 하츠코 여사·우리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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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동빈 친모, 광윤사 지분 20% 보유… 종업원지주회 움직임도 관심]

머니투데이

롯데家 '형제의 난'이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갈 경우, 복잡한 지분구조가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광윤사 지분을 통해 일본 롯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의 의중, 동주-동빈 형제가 모두 자기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우리사주)의 향배 등 최종 순간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변수를 정리해본다.

◇"어머니가 움직이면 상황 끝"=우선 신격호 총괄회장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의 의중에 시선이 쏠린다.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일본 광윤사의 지분을 2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하츠코 여사가 두 형제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주면 광윤사가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3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보다 적은 25%, 신격호 총괄회장은 10% 미만,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1%도 채 안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광윤사 지분 경쟁에 있어 자신감을 보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지분 분포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두 형제의 친모 하츠코 여사가 광윤사 지분을 20% 가까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15% 가량의 지분의 향방은 알려진 바 없으나 하츠코 여사의 친정인 시게미츠 가문 또는 이들과 가까운 이들이 들고 있을 것으로 재계에서는 추정한다.

일단 광윤사는 이번 형제의 난의 도화선이 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동주·동빈 형제는 각각 2% 정도를 나눠갖고 있다. 종업원지주회(우리사주)도 32%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일본 롯데계열사와 이사진들이 분산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하츠코 여사가 중립을 지킨다는 가정 아래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광윤사는 물론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와 기타 주주들도 포섭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반면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를 확실히 장악했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외신 인터뷰 내용을 반박하면서 신 회장 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쳐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구두로 이사를 해임했음에도 신 회장이 이사회를 소집해 이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미 롯데홀딩스 지분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지분만 놓고 보면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이 장악한 모양새다. 여기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것이 광윤사 지분 20%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하츠코 여사인 셈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역학구도만으로 단순히 보더라도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지분을 끌어들이더라도 41%에 불과해 하츠코 여사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면 4%p 가까이 격차가 발생한다.

하츠코 여사는 또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격인 시게미츠 가문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이 무일푼으로 거대기업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군벌 가문인 하츠코 여사와의 중혼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통상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츠코 여사가 자신과 시게미츠 가문의 입장을 신 총괄회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날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하츠코 여사가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 신동주 회장의 지지 기반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재계 관계자는 "하츠코 여사가 이미 일본에서 시게미쓰 가문의 입장을 정리했고 신동빈과도 이미 얘기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지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만큼 그의 결정에 신동주·동빈 형제의 명운이 달렸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서로 내편…종업원 지주는 어디로?"=하츠코 여사를 비롯한 시게미쓰 가문이 중립을 지킨다면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가 보유한 33%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져가게 된다. 이 경우, 종업원지주회(우리사주)가 보유한 32%의 지분이 승부의 키를 쥐게 된다. 이 종업원 지주는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모두 자신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경우, 광윤사(33%)와 자신의 지분(2% 이하)에 종업원지주회가 더해지면 전체 의결권의 3분의2인 총 6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신 회장을 비롯한 현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힘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의결권이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따르는 오랜 직원들의 힘이 종업원지주회를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여전한 이른바 가신집단과 한일 통합 경영을 주장하는 신 회장을 비롯한 현 이사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세력이 종업원지주회의 표심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신 회장이 종업원지주회를 자신의 편으로 자신하는 것은 현 이사진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다. 쓰쿠다 다카유키 부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을 결정하는 등 신 회장의 편에 서서 움직이고 있다. 이들 이사진은 앞서 신 총괄회장이 구두로 해임을 명령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쓰쿠다 부회장 등은 한국 롯데의 빠른 성장 등을 들어 일본 롯데에도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종업지주회에도 이들 의견에 동조하는 직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 와중에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교체된 것도 신 회장에게 유리하다.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기존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이사진 해임 등 신 전 회장의 의견에 찬동한 데 따라 이사장을 해임하고 대신 쓰쿠다 부회장측 사람을 새 이사장에 앉힌 것으로 알려졌다.

엄성원 기자 airmaster@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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