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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만년 조연서 주연으로… 사고뭉치들 출세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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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동심 유혹하는 두 편의 애니메이션

[동아일보]
동아일보

조연 캐릭터에서 주연으로 올라선 ‘미니언즈’(위 쪽)의 미니언들과 ‘숀더쉽’의 양떼들. 둘 다 귀여움, 정신없음, 무성영화 배우 뺨치는 표정연기로 승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콘플러스·국외자들 제공


‘만년 조연’도 언젠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29일 개봉한 ‘미니언즈’와 8월 13일 개봉하는 ‘숀더쉽’은 이런 인생역전을 이룬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다. ‘미니언즈’는 이미 앞서 개봉한 해외 각국에서 흥행 수익 7억 달러를 넘기며 돌풍을 일으켰다. ‘숀더쉽’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선 아직 개봉 전인데도 이미 6000만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사이트 기준).

○ 사고뭉치 vs 사고뭉치

미니언은 2007년 1편이 나온 ‘슈퍼배드’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악당 그루에게 막무가내로 충성을 바치는 부하로 처음 등장했다. 노랗고 동글동글한 몸통에 커다란 눈, 온몸이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는 미니언들은 귀여운 외모에 쉴 새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활기찬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엔 2012년에 3D 영상 놀이기구 ‘슈퍼배드: 미니언 대소동’이 생겼을 정도다.

‘숀더쉽’의 양떼들은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점토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며 한 컷씩 촬영해 제작한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1995년 단편 ‘양털 도둑’편에서 처음 등장했다. 양떼들이 계속 주목 받으면서 2007년에는 10대 소년 양 숀을 주인공으로 영화와 제목이 같은 TV 애니메이션이 먼저 방영됐다.

○ 과거로 간 미니언 vs 도시로 간 양떼

영화 ‘미니언즈’는 미니언이 ‘슈퍼배드’의 그루를 만나기 전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다룬다. 미니언 세 마리(?) 케빈, 스튜어트, 밥의 지상 목표는 세계 최고의 악당을 만나 그를 보스로 섬기며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부터 파라오, 드라큘라 등 당대 최고의 강자만을 섬겼던 이들은 여자 악당 스칼렛을 만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관을 훔치는 임무에 가담한다. 영화에선 그루의 어린 시절도 공개되며, 특히 △바나나 기원설 △외계인설 등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던 미니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가 영화 도입부에 밝혀진다.

‘숀더쉽’의 주인공 숀도 미니언 못지않은 사고뭉치다. 시골 농장에 사는 숀은 아빠 농부를 재워서 캠핑카로 옮겨두고 집에서 영화를 보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캠핑카가 사고로 ‘빅 시티’로 굴러가버리면서 양떼들은 아빠를 구출하기 위해 농장을 떠나 도시로 간다.

하루 종일 작업해도 2, 3초 분량이 겨우 완성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꽤 속도감 넘치는 차량 추격 장면까지 표현해낸다.

○ 미니언과 양떼는 무성영화 배우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인간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미니언은 피에르 코팽 감독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참고해 고안한 ‘미니언어’를 한다. 지금까지 인간의 말로 ‘번역’ 가능한 미니언어는 15개 남짓. 이 중 ‘1, 2, 3’을 뜻하는 ‘하나, 둘, 새(Hana, Dul, Sae)’는 한국어를 참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숀더쉽’에서도 양들은 말을 하는 대신 ‘메에에∼’ 하는 울음소리만 낸다. 심지어는 인간 캐릭터도 음의 높낮이나 어조만 있는 웅얼거리는 소리로 의사표현을 한다. 대신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충분히 알아들을 만한 풍부한 표정연기가 이들의 강점이다.

‘미니언즈’는 미국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숀더쉽’은 영국 아드먼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이 때문인지 두 애니메이션은 모두 가족애와 교훈을 강조하는 디즈니식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 있다. ‘미니언즈’는 악당이 되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실패하는 미니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너지를 91분 동안 끝까지 밀어붙인다. ‘숀더쉽’은 양떼들의 활극을 그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타에 목매고 겉치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세태를 특유의 영국식 유머로 풍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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