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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레이더P] 여야 원내대표끼리도 궁합이 있다, 질색과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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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野원내대표에 與지도부 질색
고집·예측불허에 고개 절래절래
이완구-우윤근, 이한구-박지원 '케미' 통해


여야 간 벌어지는 갖가지 협상의 최전선 지휘관이 바로 각 당의 원내대표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민감한 정치 현안들의 결론이 달라진다. 서로 통하는 원내대표는 여야 모두 나름 만족스러운 결론을 도출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서로가 불만, 심한 경우에는 결론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원내대표 간의 궁합, 혹은 요즘 말로 '케미'(케미스트리Chemistry·화학작용)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간 '케미'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주로 이종걸 원내대표의 예측 불허이면서도 고집스런 협상 스타일에 여당 원내대표들이 고전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원내대표로 취임한 이후 공무원연금개혁 처리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여야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당시 이 원내대표가 세월호 시행령 수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돌발변수를 불러들여 협상이 난항을 겪은 바 있다.

한번 ‘꽂으면'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는 그의 협상 스타일은 결국 국회법 개정안 통과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그리고 종국엔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또 최근엔 지도부 간의 상의 없이 국회의원 정수를 390명으로 늘리는 정치개혁안을 언급하는 돌발 발언을 해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매일경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등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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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협상의 실무격인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4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국가정보원 해킹 진상규명을 두고 전날 벌어진 여야 원내대표 간 '마라톤 회동'을 언급하며 "원유철 원내대표가 좀처럼 화를 안 내는데 어제 협상에서, (야당이) 반복과 반복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버럭 화를 내더라"라고 말했다.

이종걸 원대표의 ‘반복과 반복을 거듭하는'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조 원내수석은 또 "그런데 그게(버럭 화 내기가) 상당히 효과가 있었으니, 앞으로도 가끔씩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야당 원내대표의 고집에 ‘버럭'으로 대응하니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한 측근 역시 이 원내대표와의 협상을 떠올리며 "당시 유 원내대표가 '협상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놨던 적이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당에서 질색하는 부류라면, 전임인 우윤근 전 원내대표는 여당이 반색을 하는 부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원내대표는 온건하고 무난한 협상 스타일의 소유자로, 당시 여당의 이완구 전 원내대표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여야 지도부 6명이 모여 쟁점을 타결하는 '3+3체제'가 정례적인 모임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완구-우윤근 콤비 때였다.

대화주의자인 우 전 원내대표에 대해 야당 내 강경파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임기 중 세월호특별법과 김영란법 등 극도로 민감한 사안들을 모두 협상을 통해 합의 처리한 만큼 그에 대한 여당의 신뢰도는 무척 높았다. 이완구 전 총리는 총리 취임 후 처음 국회를 찾은 날 우 전 원내대표와 만나 함께 눈물을 흘리며 반가운 마음을 보일 만큼 둘 사이의 '케미'는 매우 좋았던 편이다.

19대 국회가 출범한 직후 여당 원내대표를 맡은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당시 협상 파트너였던 야당의 박지원, 박기춘 전 원내대표와의 경험을 떠올리며 나름의 호평을 전하기도 했다.

이한구 전 원내대표는 박지원 의원에 대해 "원내대표끼리 협상해서 내린 결론을 자기 당에 가져가서 반드시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고 평했다.

반면 박기춘 의원에 대해선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라 좋았지만, 사람이 좋아서 협상을 통해 정한 내용을 자기 당에 가져가서 당내 강경파들의 비판을 받곤 번복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 전 원내대표는 당시 이들 야당 파트너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의 민감한 현안들을 처리한 바 있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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