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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숨겨진 아동학대 여전히 많아"…발견율 미국 8분의 1(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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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에 대한 경각심 높아지고 신고 늘면서 당분간 더 증가할 전망

의사 표현 어려운 미취학 아동 사각지대…"부모 대상 교육 강화해야"

뉴스1

부모와 함께 아동폭력 방지를 위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어린이 /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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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지난해 아동학대가 1만27건으로 전년보다 47%가량 증가했지만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통계가 축적되고 피해 경향이 정립되기 전까지 피해아동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 인천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 같은 강력 범죄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데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동학대가 50% 가까이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 의심신고가 대폭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피해아동을 연령별로 보면 만 13~15세가 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만 10~12세 21%, 만 7~9세가 18.6%로 전체 피해아동의 62.6%를 차지했다.

이들 연령대 아동은 학령기에 해당돼 학교, 학원 등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학대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피해아동 중 만 1~3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12%이지만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유아기에는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을뿐 아니라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다.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관련 사실이 발견되지 않을 위험이 크다.

아동인구 1000명당 피해아동 발견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1.1명으로 1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3년 기준 미국 9.13명의 8분의 1 수준이다.

문화·환경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여전히 많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보육전문가인 제갈현숙 전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박사)은 "아동학대를 공식적은 통계로 정립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가해자 중 부모 비율이 80%를 넘는다"며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될 수 있어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학대 경험자 성인 돼서도 후유증 시달려…가해자 82% 부모

아동학대가 치명적인 이유는 아동이 자라 성인이 돼서도 영구적인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유아기는 아동이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로 이때 학대가 발생하면 뇌 발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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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피해아동 특성./©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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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스트레스 자극을 이겨내거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에 손상이 생긴다는 연구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학대 유형 중 후유증이 가장 심각한 건 성(性) 학대다. 성 학대는 성인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동을 관찰하거나 성적인 노출 또는 추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성 학대는 지난해 308건으로 전체 아동학대의 3.1%에 불과했지만, 가장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성 학대를 경험한 아동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부모 역할, 부부관계 문제,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유발했다.

친권을 중시하는 문화 또한 아동학대와 무관치 않다. 작년 아동학대 가해자의 82%가량이 부모였다. 학대 가해자와 피해아동이 동거하는 비율이 78.9%(7908건)인 것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아동학대 사례가 발견되면 부모의 친권을 박탈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월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졌지만 문화 특성상 친권을 박탈하는 문제는 예민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영유아 건강검진 때 아동학대 의심 지표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제갈현숙 박사는 "아동학대는 부모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원인을 부모 개인 탓으로 돌리면 문제가 명쾌해져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어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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