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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부산대병원 마약류 불법 유통 미스터리…경찰, 전·현직 의사 3명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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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부산대병원의 한 중견 의사가 후배들의 도움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몰래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013년 11월 마약성 진통제 ‘타진’ 40정을 처방전 없이 수수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전 부산대병원 의사 송모씨(38)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송씨의 부탁을 받고 간호사들로부터 타진을 구해 전달한 혐의로 이 병원 전공의(레지던트) ㄱ씨(34)와 ㄴ씨(29·여)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ㄱ씨와 ㄴ씨는 2013년 11월 한번에 10정씩 4차례에 걸쳐 타진 40정을 송씨에게 전달했다. 타진은 옥시코돈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 완화에 특효가 있어 말기암 환자에게 처방된다.

경찰은 이들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 명의로 처방받은 진통제 잔여분을 폐기하지 않고 병실에 보관하다가 일부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부산 서구 아미동에 있는 부산대병원 본원에서 근무하던 송씨가 지난 3월 경남 양산에 있는 분원으로 전근을 간 직후 투서 등을 통해 외부로 드러났다.

지난 6월 부산대병원 임직원들에게 송씨를 비난하는 투서성 e메일이 유포됐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는 글로 시작하는 e메일은 송씨가 전공의들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가져오게 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앞서 작년 11월 송씨의 교수 재임용을 앞두고 열린 본원 인사위원회에서도 불법적인 ‘약 배달’ 문제를 지적하는 투서가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병원은 직원들 사이에서 송씨의 불법행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지난 1일 그를 면직 처리했다.

경찰 조사에서 송씨와 ㄱ·ㄴ씨 모두 타진을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 약이 어디에 사용됐느냐가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 드렸다”면서 자신이 이 약품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송씨가 약물을 직접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사는 “타진이 하지정맥류 처방에 흔히 쓰이는지 의문”이라면서 “옥시코돈 성분은 중독성이 강해 본인이 오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의 유명 메디컬 드라마 <하우스>에 의사로 등장하는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극중에서 마약성 진통제 중독자로 등장한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마약은 반알만 없어져도 보건당국에 알려질 경우 병원 전체의 책임으로 비화할 수 있다”면서 “개인 일탈로 치부할 게 아니라 왜 이토록 오랫동안 쉬쉬하면서 문제를 키웠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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