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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빌라에서 테레사 성녀의 발자취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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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빌라는 테레사 성녀가 태어나고 수녀가 된 후 27년간 활동했던 곳이다. 사진은 테레사 성녀가 수도사의 삶을 살았던 수도원 건물 앞에 서 있는 동상이다. 2015.7.29 dkllim@yna.co.kr


(카스티야 이 레온=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올해는 중세에 가톨릭의 혁신을 주도한 아빌라의 테레사 성녀(Teresa de Cepeda y Ahumada)가 태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성녀가 태어나서 활동하고 죽은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에서는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

테레사 성녀는 한국인에게 낯설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를 창설하고 평생 인도에서 지내며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한 테레사 수녀와는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테레사 성녀는 1515년 3월 28일 아빌라에서 유대교에서 개종한 귀족 집안의 12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신앙심이 깊었는데, 7세에는 순교 성인전을 읽고 오빠와 함께 아프리카로 가서 순교자가 되겠다며 수차례 가출을 하기도 했다.

20세에 아빌라의 강생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한 테레사의 초기 수녀 시절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오직 하느님께 기도하고 환자를 돌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에 걸려 3년간 걷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 이후 그는 신비로운 체험과 환시를 경험한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성모승천 대축일에 성모마리아가 꿈에 나타나 목걸이를 내리며 하느님의 은총을 전했고, 성 요셉은 죄의 정화를 상징하는 하얀 망토를 그에게 입혀주었다. 또 한 번은 불로 만든 창을 든 천사가 나타나 그의 가슴을 찌르기도 했다.

천사의 창으로 가슴을 찔린 환시를 체험한 그는 1562년 기도와 침묵이라는 초창기의 엄격한 수도 생활 규율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며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를 시작하면서 아빌라의 성 요셉 수녀원을 창립했다. 또 1567년에는 십자가의 요한과 함께 남자 가르멜 수도원을 세웠다. 이렇게 그가 창립한 수도원은 총 32개에 달했다. 테레사 성녀는 1582년 숨을 거둘 때까지 가톨릭의 개혁을 위해 헌신했다.

◇ 성녀를 잉태한 성스러운 도시, 아빌라

테레사 성녀가 태어나고 수녀가 된 후 27년간 머물며 활동했던 아빌라에는 그의 족적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구시가의 남쪽 성벽 근처에는 그가 탄생한 곳에 1636년 건축된 테레사 성녀 수도원(Convento de Santa Teresa)이 있다. 회색빛 석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스테인드글라스와 벽이 기도하는 성녀의 그림으로 장식돼 있는 예배당이 나타난다. 성녀가 태어난 방은 제단을 바라보고 왼쪽에 자리한다. 금장식과 성화(聖畵)로 치장된 작고 화려한 방에서는 16~17세기에 활동한 스페인의 유명 조각가인 그레고리오 페르난데스가 만든 성녀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이곳엔 반지를 끼고 있는 성녀의 손가락 유해도 있다. 인근에는 성녀가 세례를 받을 때 사용한 세례반이 있는 성당이 위치한다.

한편 성 바깥 북쪽으로는 테레사 성녀가 1535년부터 1574년까지 거주하며 수도사의 삶을 살았던 르네상스 양식의 수도원 건물(Convento de la Encarnacio n)이 있다. 건물 밖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거대한 성녀의 동상이 서 있고, 내부에는 테레사 성녀의 소박했던 방이 재현돼 있다. 방에는 각종 문서와 악보, 악기, 옷, 십자가 등 유품이 전시돼 있다.

이밖에도 아빌라에는 테레사 성녀가 1562년 최초로 세운 산호세 수도원을 비롯해 그녀가 어릴 적 가출할 때 지났던 육면체 기둥과 로마시대의 다리, 영적인 조언자이자 친구였던 사람의 집 등이 있다. 시내 곳곳에선 탄생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성녀가 거쳐 간 순례길을 따라서

아빌라를 돌아본 후에는 살라망카 인근의 알바 데 토르메스(Alba de Tormes)로 이동한다. 이곳 토르메스 강변에는 성녀가 숨을 거둔 수도원 건물이 있다. 웅장한 건물의 내부에는 그녀의 신비로운 체험과 죽음을 묘사한 그림과 조각품, 그녀가 읽었던 책과 목관 등이 전시돼 있다. 한쪽에선 그녀의 일대기를 주제로 하는 영화도 볼 수 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가르멜 수도회 박물관(Museo Carmelitano)이 있다. 테레사 성녀 관련 미술품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2층에서는 유리관에 들어 있는 성녀의 팔과 혀를 볼 수 있다. 또 맞은편의 산후안 데 라 크루스(San Juan de la Cruz) 성당에서는 최후의 만찬과 예수를 주제로 한 정교한 종교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테레사 성녀의 신체 일부가 여러 곳에 전시돼 있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녀가 죽고 나서 시신에서 계속 장미 향기가 났고, 사람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것이라 여기며 신체 부위를 가져갔다고 한다. 독재자 프랑코도 성녀의 손가락 하나를 침대 곁에 두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순례는 테레사 성녀가 1567년 처음으로 아빌라 밖에 세운 수도원이 있는 메디나 델 캄포(Medina del Campo)로 이어진다. 작고 소박한 산호세 수도원 전시관에는 성녀의 황금빛 옷과 유해가 전시돼 있다. 허름한 침대가 놓여 있고 벽에 십자가가 걸린 옛 수녀들의 방과 기도 공간, 안쪽의 마당도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 순례지는 메디나 델 캄포 북동쪽의 바야돌리드(Valladolid)다. 도심 북쪽의 테레사 성녀 수도원은 지금도 수녀들이 성녀의 가르침을 따라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는 곳이다. 내부에는 성녀가 고행을 하며 입었던 옷 조각과 피부 조각 등이 전시돼 있고, 수녀들의 생활공간 옆으로는 아름다운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dkl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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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테레사 성녀가 태어난 곳에 1636년 건축된 테레사 성녀 수도원. 2015.7.29 dkl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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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올해는 아빌라의 테레사 성녀 탄생 500주년이 되는 해로 아빌라 곳곳에서는 성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5.7.29 dkl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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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테레사 성녀가 1535년부터 1574년까지 머물렀던 아빌라 성 바깥의 수도원 내부. 2015.7.29 dkl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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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나 델 캄포=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메디나 델 캄포는 테레사 성녀가 아빌라 밖에서는 처음으로 수도원을 세운 곳이다. 사진은 화려하게 장식된 수도원 기도방. 2015.7.29 dkl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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