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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빚내서 집 사라고 하더니"…정부에 발등 찍힌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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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정책에 신혼부부 등 내집마련 부담 커져…"전세난 가중될 것" 예측도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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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1. 도봉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던 정모(35)씨는 지난 4월 결혼을 앞두고 64㎡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당초 전세를 살 계획이었지만 주택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생각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당장은 집단대출이어서 이자만 부담하면 되지만 잔금 시점에선 개인 대출로 전환되면 원금도 함께 부담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만 믿고 지른 게 지금은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2.김모(33)씨는 최근 전세를 끼고 59㎡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다 생각을 바꿨다. 거치기간에 내는 이자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이후 원리금 동시상환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김씨는 남은 전세 계약기간 동안 이 집에 거주한 뒤 새로운 전셋집을 찾거나 월세로 전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로 신혼부부 등 2030세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전세값이 급등하는데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빚을 내 집을 마련한 세대들이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에 내 집마련을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세대는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낮아 월 입금액이 적은 만기상환이나 거치상환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정부가 분할상환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주택자금 융통이 어려워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리띠 졸라매도 이자에 원금상환은 부담"…전세난민 고착화 되나
정부가 대출규제 정책을 내놓은 이후 젊은 층은 "평생 전세살아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모(31)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월급이 적은 애들 사이에서 '이제 우리는 끝났다'는 소리가 나온다"며 "몇 년을 일해도 1억원을 모으기가 힘든데 단칸방만 전전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올 겨울 결혼을 앞둔 이모(30)씨도 "여자친구와 힘을 합쳐 대출을 끼고 1억원 짜리 전셋집을 마련했다"며 "대출받은 건 어떻게든 갚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집을 사들인 이들도 고민이 있기는 매 한 가지다. 김모(31)씨는 지난 봄 2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서울 마포에 위치한 59㎡ 아파트를 매입했다. 김씨는 "아이 낳고 최소한 15년은 살 생각으로 사들인 아파트여서 부담이 없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대책으로 젊은 층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재 주택구매 수요는 대부분 전세난민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라며 "이번 대책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금 상환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층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주택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2030 세대 전세난민들이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들이 집을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월세나 반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소형아파트 시장은 벌써 눈치보기 시작
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은 지역은 매매 시점을 놓고 벌써부터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최적의 매입·매도 시점을 찾으려는 집주인과 수요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수자들은 주택거래가 줄어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매도자들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인 올해 말까지는 거래세가 유지되면서 가격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노원구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젊은 층의 경우 전세금 2억원에 1억원 남짓 대출을 받아서 59㎡ 주택형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수요가 줄어 가격이 조금이라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라며 "올해까지는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매도자도, 매수자도 8월 이후 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현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입을 모았다.

반면 전세물건은 더욱 더 찾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I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매매전환을 고려했던 이들 중 상당수는 전세 시장에 눌러앉을 것"이라며 "쓸만한 전세물건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내년이 되면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고 전세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유가 있는 고객들에게는 올해가 가기 전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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